미국이 이란과 핵(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북한과 협상에 나설지가 관심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북한과 이란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선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부터 입장이 확실하다. 토니 블링큰 부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두 나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핵실험도 했지만, 이란은 핵실험을 한 적도, 핵무기를 가진 적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5년을 시작으로 핵실험을 벌써 3번이나 했다.
미사일 기술도 차이가 있다. 국가정보국(DNI)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이동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 배치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며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핵개발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지만, 북한은 핵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적 태도 때문에 협상 목표에도 차이가 있다. 이란에 대해서는 핵 활동 자체를 막는다기보다는 군사적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드는 게 목표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핵개발을 하더라도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지킨 데 비해, 북한은 아예 NPT를 탈퇴한 채 마음대로 핵 능력을 키워왔다. 미국이나 6자회담 당사국들과 핵 동결 합의를 할 때마다 NPT 복귀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체제 차이도 있다. 북한과 달리 이란은 외부 세계와 원유 수출 등 교역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핵개발을 이유로 국제사회가 제재하자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 이번 합의도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욕구 때문에 사실상 이뤄졌다. 반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체제다. 지금도 경제제재를 받지만 큰 타격이 없다. 이란과 달리 북한에는 든든한 이웃인 중국이 있다.
핵협상 타결 의지에도 차이가 있다. 이란은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정권이 들어서면서 협상 여지가 생겼다. 반면 북한은 3대 세습 체제를 지키는 수단으로서 핵을 상정하고 있다.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이란과는 12년간 협상을 해왔지만, 합의를 본 적은 없다. 북한과는 이미 여러 차례 합의하고, 핵 프로그램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지만, 번번이 북한은 합의를 깼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미국과 북한은 핵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를 지어주고 중유 지원을 했는데, 북한은 그 사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2012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 처음으로 핵협상을 타결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잠정 중단하면, 미국은 24만t의 영양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장거리 미사일 격인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은 위성 발사를 위한 과학 활동이라고 포장했지만, 2·29 합의는 없던 일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는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위한 신뢰할 만한 행동부터 보이라"고 요구한다.
이번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외에 중국과 러시아도 한목소리였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다소 미묘하다. 이란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지만, 북한은 다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북한에 대해 핵개발을 포기하라지만, 이란에 대해서만큼 적극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