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의 명소인 한국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모스크)이 이르면 2~3년 안에 장엄하고 웅장한 오스만 튀르크 양식의 대형 모스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한국 이슬람교가 건립된 지 40년이 된 현 성원 건물의 재건축을 추진하자 터키가 "우리가 지어주겠다"고 제안해 재건축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와 주한 터키 대사관에 따르면 터키 종교성에서 현 모스크의 재건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확정돼 본격 행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 건물의 철거·설계·토목·건축 공사 등 전 과정을 터키 종교성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터키의 지원으로 서울 한남동에 신축될 이슬람 사원의 투시도.

터키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세속주의지만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종교성 장관은 영적(靈的) 지도자로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다. 메흐메트 괴르메즈 종교성 장관은 지난해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관계자 접견 자리에서 재건축 계획을 전해듣고 '우리에게 맡겨달라'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이 '통 큰 제안'을 수용했다. 이슬람교중앙회는 작년 10월 터키 대사관저에서 이슬람권 공관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협조를 부탁했다. 한국 이슬람교가 2년 전 재건축 방침을 세우고 내·외국인 무슬림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고는 있지만 확실한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터키의 제안은 가뭄의 단비였다. 현재 성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마련해준 땅에 이슬람권 국가 20곳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1976년 준공했다. 대예배일인 매주 금요일이 되면 이주 노동자·유학생·주재원·외교관 등이 모여들면서 이슬람권 정치·경제·외교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3일 오후 서울 한남동 이슬람 사원에서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이 예배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건립 초기에는 작지 않은 규모였다. 그러나 이슬람권 공관 증설→이주 노동자 유입→무슬림 유학생·관광객 급증 등으로 국내 체류 무슬림 인구가 크게 늘면서 공간은 갈수록 비좁아졌다. 현재 건물은 500~600명 수용 규모인데 이드 알 피트르(라마단의 끝을 알리는 축제) 등 명절 때면 3000명이 넘게 몰려들어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가장 관심 가는 부분이 '디자인'이다. 터키는 아랍 등 다른 이슬람권 건축 문화도 참고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오스만 튀르크 시대 걸작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이스탄불)'나 '셀리미예 모스크(에디르네)' 등을 모델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자국의 종교 건축 전문가들을 대거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 대사는 "터키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수니·시아 등 종파 간 장벽도 허물고 다른 종교와도 교류하는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350억원 정도로 추산된 건축비도 최종 설계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터키가 이렇게 거액의 비용을 떠안으며 재건축에 앞장서는 배경도 관심이다. 터키는 국제협력 차원에서 아프리카·러시아·일본 등의 모스크 건립을 후원해왔지만 유독 '형제 국가'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한다. 이슬람교는 9세기 통일신라 때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 한국 이슬람교의 기틀을 닦은 이들은 6·25에 참전한 터키군 소속 이슬람 군종병들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 때문에 터키는 한국 이슬람교를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줄곧 느껴 왔다"고 옥찰 터키 대사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