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오쯤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역무실. 혼자 조용히 앉아 CCTV 화면을 바라보던 한 여성이 벌떡 일어나 역무원에게 다가갔다. 이어 역무원 어깨를 다급히 두드리며 CCTV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에는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플랫폼 끝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위험 상황임을 감지한 역무원은 곧장 플랫폼으로 달려가 이 남성이 무사히 지하철을 타게 도와줬다. 정신지체 장애인인 이 남성을 발견해 사고를 방지한 사람은 서울시가 최근 채용한 '청각장애인 CCTV 모니터링 요원' 중 한 명인 박선미(49)씨였다.

지난 25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역무실에서‘청각장애인 CCTV 모니터링 요원’박선미(49·왼쪽)씨가 근무교대를 하면서 그날 모니터링 중 특이했던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채용한 '청각장애인 CCTV 모니터링 요원'들이 지난 16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모니터링 요원으로 선발된 청각장애인 12명은 오는 11월까지 9개월간 가양역 등 4개 지하철역 CCTV 관제센터에서 사고와 범죄를 막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CCTV 화면을 지켜보다가 문제가 감지되면 즉시 역무원에게 알린다. 매일 퇴근 전에는 그날의 지하철역 안전 상태를 적은 근무일지를 제출하고 있다. 서울시 장애인일자리창출팀 최숙현 주무관은 "청각장애인들은 소리가 안 들리기 때문에 오히려 주위 소음에 신경 쓰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크다"며 "일반인에 비해 시각적 변화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CCTV 모니터링을 더 잘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내 다른 지하철 역사에는 CCTV 전담 모니터링 요원이 없다. 역무원들이 CCTV를 확인하고 있지만 다른 업무가 많기 때문에 CCTV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청각장애인 CCTV 모니터링 요원을 내년까지 연차적으로 늘리고, 2017년 이후에는 '민간 업체 취업 알선 사업'으로 확대해 청각장애인 맞춤형 일자리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