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31일로 예정된 합의문 도출 시한을 넘긴 것은, 정부와 노동계가 각각 배수진을 치고 요구한 핵심 쟁점들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대 핵심 과제'를 제시하며 노동계에 수용할 것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5대 쟁점에 대한 수용 불가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
노사정이 '합의문 초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 30일 개최한 실무 협상인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8인 연석회의'에서 정부는 ①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마련 ②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 요건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마련 등 '2대 핵심 과제'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 두 가지 항목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미 정부가 밝힌) 실업급여 개선 등 사회안전망 확충 대책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①은 사용자가 저(低)성과자 등을 해고할 때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를 정부가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것으로, "노동 현장에서 해고를 둘러싼 갈등이 빈발해 이를 예방하려는 취지"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해고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②는 사용자가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한 현행 근로기준법 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새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임금 체계 개편이나 임금피크제 도입 등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두 가지를 뺀 합의안으로는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고 청년 고용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김동만 위원장 주재로 31일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와 사용자가) 임금피크제 의무화 등을 철회하지 않으면 합의해 줄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한국노동 중앙집행위는 김동만 위원장에게 "협상을 다시 하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워낙 큰 쟁점들이 정면으로 격돌해 당분간 합의문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