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KBO리그 개막 하루 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낸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바로 한화의 나이저 모건(34)과 롯데의 짐 아두치(30)다.

지난 28일 넥센과 한화의 목동 개막전. 모건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측 펜스를 맞히는 2루타를 때리고 출루한 다음 두 손으로 'T자(字)'를 만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모건은 자신의 국내 무대 데뷔전에서 4안타를 때려 개막전 최다안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선수가 개막전 4안타를 때린 것은 2005년 한화에서 활약한 제이 데이비스 이후 10년 만이다.

한화 모건(왼쪽), 롯데 아두치.

모건이 펼쳐 보인 세리머니의 'T'는 '토니 플러시(Tony Plush)'라는, 모건이 자신에게 담긴 또 하나의 자아(自我)를 부르는 이름을 뜻한다. 모건은 "나는 평소 때는 모건이지만, 야구를 할 때는 또 하나의 인격인 토니 플러시가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다중인격(多重人格) 같지만, 프로야구 선수를 엔터테이너로 생각하는 모건이 스스로 지은 '예명'이 토니 플러시다.

모건은 메이저리그 통산 598경기에서 타율 0.282, 550안타 20도루를 기록했다. 튀는 성격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사고를 많이 치면서 '악동'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라는 구단의 제의를 거부하고 2013년 일본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계약해 1년간 뛰었다.

모건은 지난해 말 한화 입단 때부터 화제가 됐다. 일본 전지훈련에 합류한 그를 김성근 감독이 '운동을 할 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내 2군 훈련장으로 쫓아보냈다. 시범경기에 단 한 번도 타석에 나서지 못했던 그는 28일 첫 경기에서 화려한 국내 데뷔전을 치렀다.

시범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기록한 짐 아두치는 KT와의 개막 두 경기 모두 1번 타자로 기용돼 8타수 4안타 4득점 3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땅볼을 때리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모습, 공을 잡기 위해 펜스 플레이를 주저하지 않는 허슬플레이는 팀 동료인 손아섭을 연상케 한다. 롯데 팬들은 이런 기대감 때문인지 아두치에게 벌써 '아섭이 두 마리 치킨'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동안 국내에서 활약한 외국인 타자들의 최고 장점은 파워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MVP인 야마이코 나바로(삼성)처럼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두치와 모건 역시 힘에 의존하기보다는 정교한 배팅과 스피드, 수비 능력과 허슬플레이를 장점으로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