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는 27일 북핵(北核) 등 안보 문제로 다시 충돌했다. 전날 천안함 폭침(爆沈)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인 데 이어 2라운드 공방전이다. 그러나 천안함이나 북핵 같은 핵심 안보 사안을 놓고 여야가 소모적 정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대표가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주는 이적성(利敵性) 발언을 했다"고 공격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4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 것을 정식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문 대표는 "만약 야당 정치인이나 비판적 시민단체 인사가 그런 말을 했다면 당장 이적이니 종북(從北)이니 하면서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도입을 공론화하고 이번 재·보선을 종북몰이로 치르려는 욕심 때문에 분별없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2~3번 하게 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돼 있다"며 사드 도입을 주장했었다. 야당 관계자는 "김 대표 발언은 한·미(韓·美) 당국의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안보 불안을 조장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핵) 인정이라는 말은 안 하고 그렇게 봐야 한다고 했다"며 "다소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게 '이적 발언'이라고 한 것은 다소 과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천안함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우리 장병 46명을 죽이지 않았나. 그런데 (야당은 당시) 북한 소행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느냐"며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0년 일부 야당 의원들이 국회 대북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선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북핵에 대응해 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발언 진의(眞意)를 잘 아실 만한 분이 상대 당 대표의 발언을 정치에 악용하는 것은 비상식적 행위"라고 했다.
여야는 최근 한목소리로 '안보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이 같은 안보 주도권 경쟁이 상대방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29 재·보선을 앞둔 기선 잡기의 성격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 핵보유국 문제는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물론이고 우리 정부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김성한 교수는 "핵보유국 문제는 국익 우선의 관점에서 군사적, 외교적으로 균형 있게 접근해야지 당파적 관점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북핵 문제를 놓고 다투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진보 정권은 "북한은 핵을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은 일리가 있다"며 핵개발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등 보수 정권도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여야 모두 북핵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서로 책임을 씌우려고 언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데, 이처럼 정쟁이 격화되는 것은 국익 관점에서 자해(自害)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