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어떻게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DNA 연구와 수사 능력을 갖게 됐는지 늘 궁금했는데 이번에 답을 찾은 것 같다."
대검·서울대·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27일까지 이틀간 개최한 '법과학 DNA 국제심포지엄'에 브루스 매코드(56)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가 참석했다. 그는 "DNA 연구는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데, 전국에서 온 과학수사·의학·생명공학 연구진이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답을 얻었다"며 "일반인들이 DNA에 관심이 많은 점도 아주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연구진은 동남아 쓰나미 같은 참사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시신의 신원을 확인해 다른 나라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며 "앞으로의 연구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매코드 교수는 '미량(微量)의 DNA 분석법'을 고안해 DNA 활용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9년간 FBI 대(對)테러 부서에서 일하면서 'DNA를 직접 써먹으려면 분석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DNA분석기의 모태가 된 '모세관전기영동장치'의 개발에 중요 역할을 했다. 이 장치 덕에 하루 종일 걸리던 DNA 분석이 1시간 안으로 단축됐고, 신원 확인과 피의자 검거에서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DNA 연구의 화두 중 하나는 DNA의 변화를 확인하는 '후성(後性) 유전학'이다. 그는 "불변일 것 같은 DNA도 사실은 조금씩 변한다"며 "이 차이를 판별해낼 수 있다면, DNA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연령과 생김새까지 추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너무 지나 파괴되거나 주변 환경에 오염된 DNA를 복원하는 기술도 관심사다. 시신이나 범죄 현장에 남은 DNA는 대부분 일부 파괴되고 오염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범죄자 DNA 확보와 DB 구축에 대해 인권 침해 논란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워했다. "미국에선 범죄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범죄자 DNA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요. 범죄자 인권보다는 피해자 인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