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강화도 글램핑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캠핑장 사업자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정부의 안전규제 사각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캠핑장은 관광진흥법 상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는데, 정부 당국은 전국 캠핑장 숫자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몇 곳에서 영업을 하는지 알지 못하니, 안전관리는 엄두도 못내는 셈이다.
지난해 2월 코오롱 마우나리조트 사고와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도 정부 당국의 안전관리체계의 허술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강화소방서 지휘조사팀 관계자는 “오전 2시12분 신고를 접수 받았고 오전 2시13분에 구급차, 소방차 등 총 26대가 출동했다”며 “2시25분 현장에 도착해 2시40분쯤 불길을 모두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은 화재 당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오전 2시 13분쯤 텐트 안에서 작은 불꽃이 반짝했고 1분 만에 텐트 전체가 불에 타 들어갔다.
텐트는 방염(防焰) 처리가 안 된 제품으로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소방관들이 출동해 25분 만에 진화했지만 이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후였다. 텐트 옆에 있던 소화기 2대도 무용지물이었다.
사고가 난 텐트는 글램핑 방식의 야영을 할 때 쓰는 인디언텐트다. 글램핑(Glamping)은 화려하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다. 텐트·테이블·의자·침낭·취사도구 등을 모두 빌려주는 야영 방식이다.
대한캠핑연맹 관계자는 “국내 글램핑이 활성화된 것은 불과 2~3년 밖에 되지 않았고, 사고가 난 텐트는 방염 처리가 없는 천막”이라며 “글램핑은 원래 유럽·아프리카 지역에서 하는 고급 숙박 형태를 뜻하지만 국내에선 조금 변형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고가 난 텐트는 회색·분홍색·흰색이 섞인 원뿔형이다. 지름·높이가 각각 5m 규모의 가연성(可燃性) 천막 소재로 화려하거나 화재 안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숙박 기준인원은 5명, 최대 인원은 6명이다.
이용자들은 텐트 안에서 TV·선풍기·난로·전기담요·냉장고·콘센트·전기히터 등을 함께 사용한다. 불이 난 캠핑장에는 이런 인디언 텐트가 총 6개가 있다.
이날 화재는 엉성한 정부의 캠핑장 관리 체계가 부른 참사라는 지적도 있다.
김용환 대한캠핑연맹 국장은 “캠핑장 운영을 위해 허가 및 지원·규제를 받을 수 있는 법령이 미비하고, 정부는 정확한 국내 캠핑장 운영 실태조차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수천개 난립하는 캠핑장의 90% 이상이 주차장·숙박시설·관광농원으로만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관광객 이용 시설에 야영장업을 신설했다. 세부 업종으로 일반 야영장과 자동차 야영장을 구분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정확한 캠핑장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은, 캠핑장 사업자에게 야영장 앞에 도로를 내야 하는 등의 조건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영세한 규모로 캠핑장을 운영하는 사업자·업체들이 도로를 새로 내면서까지 캠핑업에 등록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가평에서 소형 캠핑장을 운영하는 윤모 사장은 “주변에 등록을 하지 않고 캠핑장을 차린 사람도 많다”며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캠핑 관련 법안 때문에 주차장으로 허가를 받고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캠핑장을 866곳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법령에 따라 설치·운영하는 등록 캠핑장은 230곳(26.4%)에 불과하다.
또 현행 소방법은 소방 안전에 관련한 시설 및 건축물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탓에, 텐트처럼 설치와 철수를 반복하는 시설을 건축물로 보지 않는다는 허점도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텐트에 대한 소방 안전 기준이나 규제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캠핑장을 호텔·펜션 등 일반 숙박과 동일한 시설로 간주하고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 생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캠핑장 운영과 안전 사고 문제는 문체부가 주관하고 있어 안전처는 아직 관여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처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모든 사안이 안전처 주관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