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로 외국을 다니면서 호강했다. 시청자를 대신해 다양한 도시 문화를 체험했으니 모두 시청자 덕분이다. 멋진 옛 건축물과 현대식 건물, 교통 시스템과 다양한 음식을 자랑하는 유럽의 도시를 돌아볼 때마다 느낀 것은 우리 도시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콘텐츠에서만은 늘 아쉽게 느껴졌다. 인프라는 좋은데 문화적 알맹이가 부족한 것이다. 설사 콘텐츠가 뛰어나다 한들 거의가 서울에만 몰려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처한 기형적 문화 구조의 실상이다.
'해마다 서울을 옮기자'라는 엽기적 슬로건으로 이러한 문화 구조를 바꿔 보겠다는 민간단체가 있다. 재단법인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이다. 매년 한 도시를 문화수도로 선정해 전국의 문화예술 자원을 집중하자는 게 취지다. 특정 도시에서 1년 내내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문화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문화수도 프로젝트는 198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한 유럽 문화수도(ECOC)에서 태동했다. 유럽 문화수도는 문화·예술의 창의성이 기술·통상·경제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프로젝트 후 선정 도시 시민의 80%가 도시가 발전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유럽 사례를 벤치마킹해 1996년 아랍 문화수도(ALECSO)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2000년 아메리카 문화수도(CAC)가 멕시코 메리다에서 각각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화수도로 선정된 도시들은 저마다 뜻깊은 1년을 보낸다. 2008년 영국의 리버풀은 1년간 벌인 공연 이벤트 등 1200여개와 자체 활동 7000여개에 흠뻑 빠졌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도 아시아 최초로 코리아 문화수도(KCOC)가 돛을 올릴 예정이다. 나라를 돌아가며 문화수도를 선정하는 유럽·아랍·중남미와 달리 한 나라 안에서 문화수도를 옮겨 행사를 벌이는 것은 코리아 문화수도가 세계 최초다. 우리 국민은 '1년 내내 문화로 흠뻑'이란 개념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이 땅에 한 번도 없던 새로움'이란 캐치프레이즈 역시 낯설다. 코리아 문화수도 프로젝트가 국민 모두에게 신선하고 행복한 첫 경험이 되도록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의 각별한 협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