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들은 중국·러시아 등에서 인신매매를 포함한 각종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탈북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이 높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 등으로 우리 정부의 탈북 여성 지원 예산이나 보호 대책은 뒷걸음치고 있다.
중국 동북 3성의 북한 접경지역엔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 도망쳐 오는 탈북 여성들을 노린 인신매매단들이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 연고 없이 탈북한 여성들이 중국 공안에 쫓기다 임시 거처를 제공해 주겠다며 접근한 이들 인신매매단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조직은 탈북 여성을 유인한 뒤 중국 내륙의 매매혼처나 윤락업소로 팔아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신매매 조직에 잡힌 탈북 여성들은 나이·미모에 따라 우리 돈 100만~400만원 선에 넘겨진다고 한다.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중국에 체류 중인 5만여명의 탈북 여성 중 적지 않은 수가 유흥업소 등에 팔려간 뒤 폭행을 당하거나 빚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에 따르면 탈북했다 중국 인신매매꾼에게 걸려 동북지방 시골 마을에 팔려간 20대 구모씨는 최근 갓난아이를 데리고 탈출, 인권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씨는 "중국 남편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살다가 도망쳤다"고 했다. 30대 탈북 여성 김모씨도 50대 중국인 2명에게 잇따라 팔려갔다가 뒤늦게 탈출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시민연합 측은 "이들을 구호할 자금이 없어 한국행이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2013년까지 인신매매 위험에 빠진 탈북 여성들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자금' 예산을 고작 연 5000만원씩 책정, 대외비로 집행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턴 이것도 사라졌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의원이 "북한과 중국을 쓸데없이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좌파 진영에서도 "도강비(渡江費)를 대줘 탈북을 기획·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남북하나재단 정옥임 이사장은 "우리가 과거 일본군위안부 문제엔 분노하면서, 현재 신변 위험에 놓인 탈북 여성 문제에 눈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