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고객만족팀 직원들이 삼성래미안아파트를 산 뒤 아파트 주차장 소음 문제로 5년째 회사에 민원(民願)을 제기하고 있는 민간인이자 이 회사 소액 주주인 강모씨를 4시간 가까이 감시·미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은 지난 13일 오전 6시쯤 강씨의 서울 길음동 아파트와 이날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리는 양재동에 직원을 3명씩 배치했다. 직원들이 카카오톡에 올린 글에 따르면 오전 6시 46분 '민원인 세대(강씨 집) 불이 켜졌다'고 보고하자 '첫 발견자는 강씨 착용 의복 등을 공유 바란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직원들은 강씨의 이동 경로를 일일이 보고하고 걸어가는 강씨 사진도 찍어 올렸다. 강씨 미행은 강씨가 주주총회 장소 부근인 양재역에서 내린 오전 9시 40분 끝났다. 강씨는 주총에서 주차장 소음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물산 직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윤종균 삼성테크윈 지회장 등 노조 간부 8명이 테크윈 주총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 도착해 피켓시위 준비 중'이라는 보고도 올라와 있었다.

앞서 2012년에는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4명이 대포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검찰 조사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감사팀 직원이 이들에게 중국인 명의의 대포폰 5대를 전달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노조를 결성하려는 직원들을 사찰한다는 의혹을 수차례 받아왔지만 그때마다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물산은 "임직원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일부 임직원들의 돌출 행동쯤으로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민원인과 노조 간부에 대한 감시·미행이 회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믿기는 어렵게 됐다. 회사와 마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상습적으로 감시·미행하는 체질을 바꾸지 않는 기업은 결국 사회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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