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고교별 대입 실적만 놓고 보면 '일반고 전성시대'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하다. 수시모집에서 특목고 합격생이 줄었지만 반사이익은 대부분 '교육특구'라 불리는 강남 3구(區)의 일반고에 돌아갔다. 정시모집에서는 학생 선발권이 있거나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일반고가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배경에도 불구, 2015학년도 서울대 합격자(최종 등록자 기준) 수에서 높은 실적을 기록한 비(非)강남·평준화 일반고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학교들을 '수시 강자'와 '정시 강자'로 나눠 살펴봤다.
수시 강자|고교의 변신은 '무죄'
수시모집에서 대입 성과가 가장 좋은 비강남·평준화 일반고는 8명의 합격생을 배출한 △광주 숭일고 △광주 고려고 △서울 한영고 △성남 낙생고 △충북 세광고 등 5곳이다. 내로라하는 강남의 일반고나 어지간한 특목고보다 나은 성적이다. 숭일고는 지방에 위치한 데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의 학생들이 적지 않은 지역에 있음에도 최근 몇 년간 대입 실적이 훌쩍 뛰었다. 숭일고 정해웅 교감은 "변화하는 입시 흐름에 한발 앞서기 위해 교사 연수와 워크숍을 연간 수차례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숭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인문계열에 입학한 정준우씨는 "수시에서는 활동을 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기재하는 절차도 중요하다"면서 "입시 흐름을 꿰뚫고 있는 담임선생님이 일일이 학생 집을 방문하고 수시로 진로 상담을 하면서 학생부 기재 사항을 하나라도 더 발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기억했다. 전통 명문인 고려고의 경우, 토론식 학습이 대입 면접에 큰 힘이 됐다. 고려고 정찬성 교장은 "수학 과목 등 각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문제해결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면접 단계에서 특히 좋은 결과를 얻은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한영고에서는 학생들이 책 한 권을 읽은 후 글쓰기와 토론 활동으로 연결해 지적 역량이 종합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한다. 배우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학생들은 등교 후 15분간 독서를 하고, '말하는 공부방' 수업을 통해 토론 활동을 하며, 'NIE 존(zone)'에서 글쓰기도 한다. 유제숙 진학지도부장은 "비교과활동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학생부 기록을 체계적으로 연결해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낙생고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지난 2011년부터 외국어, 물리, 생명과학 등의 과목을 중심으로 집중과정(특성화반)을 운영했다. 낙생고 최준경 교감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개설하는 등 학생들의 학습권과 선택권을 넓혔다"고 강조했다.
정시 강자|교사 열의·공부 분위기 '만점'
수능 점수를 바탕으로 진학하는 정시모집에서 올해 최고 성적을 거둔 비강남·평준화 일반고는 8명의 최종 등록자를 배출한 성남 서현고다. 비강남·평준화 일반고 성적으로는 발군이다. 6명의 정시 합격자를 배출한 서울 광남고가 뒤를 이었다. 두 학교 모두 공립학교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교사들이 4~5년마다 학교를 옮겨다니며 순환제 근무를 하는 공립학교 특성상 일관성 있는 입시 체제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좋은 성과를 냈다. 서현고의 경우 지난 2010년 교장 공모제를 통해 부임한 허왕봉 교장이 끊임없이 교사들을 격려하면서 수업 질을 높이고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개설한 이후 진학 실적이 상승했다. 특히 교사들이 힘을 쏟는 것은 진로 진학 프로그램인 'V3(Vision Three)'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적성을 찾고 진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해간다. 교사들이 신입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상담해 공부 동기를 부여하고 개인별 대입 최적 전형까지 찾아준다. 허 교장은 "적성을 제대로 파악해 진로 방향이 확고해진 학생들은 공부 집중도가 매우 높아진다. 수시보다 정시에 유리한 학생 유형도 이 과정에서 가려내 대외활동보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광남고의 경우 학부모의 교육열이 뜨거워 교사들의 업무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매년 학기 초 열리는 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는 참석 희망자가 많아 3일에 나눠 진행할 정도다. 광남고 최재일 교감이 꼽은 정시 실적 비결은 연중무휴로 자정까지 운영하는 자습실이다. 집중적인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독서실 형태의 책상을 200여 석 이상 지정좌석제로 제공하고, 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다. 최 교감은 "지난해에도 설·추석과 주말까지 모두 문을 열었다"며 "결석률이 높은 학생들은 퇴실 되기 때문에 공부 열의가 높은 학생들만 남아 다 같이 열심히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광남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주성현씨는 "학습 분위기가 좋아 1학년 때부터 자습실을 활용해 공부했다"며 "수업과 자습을 모두 학교에서 해결하니 생활이 단순해져서 공부에 집중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