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나눔 재단(가칭)' 설립 준비위원회에는 민간 대북 지원 및 남북 교류·협력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들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2일 첫 모임에서 "IMF 외환 위기 당시 온 세계가 놀랐던 '금 모으기 운동'처럼 민족의 번영과 재도약을 위한 국민적 통일 운동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선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같이 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실질적 통일 기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은 "통일이 이뤄지려면 우리 국민이 통일에 대해 마음을 열고 북 주민들의 마음도 얻어야 한다"며 "그걸 위해 대기업이나 각종 단체뿐 아니라 어르신과 어린아이, 중소기업 등 모든 국민이 통일 기금 모금에 참여해 작은 정성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호승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장 겸 월드비전 회장은 "남북 간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이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민간에서 맡으면 정치에서 자유롭게 훨씬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이 통일 준비를 주도할 경우 정치 상황에 영향을 덜 받아 지속 가능성이 커지는 한편, 기금을 낸 각계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결합해 창의적 통일 준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은 "통일은 남북 간 정치적 통일과 함께, 우리 민족 모두의 '마음 통일'이 이뤄져야 진정으로 성공적인 통일"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민간 주도 통일 운동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미국도 공화당 정부가 대중 수교를 성사시킨 것처럼 이제는 남북 문제에서도 보수층이 나서야 할 때"라며 "북한 정부와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분리해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은 "통일 비용이 최대 6000조원이란 분석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통일 시 북한 주민의 사회 안전망 확보에 드는 돈은 결국 우리 정부 예산이나 국채 발행으로 감당해야 하는데 이때 기금이 있다면 통일 한국에 닥칠 경제적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안병훈 서재필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당시 (서독) 콜 정부의 돈이 큰 힘이 됐다"며 "서독을 방문하는 동독인들에게 환영 자금을 주니 동독인 600만명이 서독을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싹텄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은 즉석에서 기금 출연 의사를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명예회장은 "(내가 대표로 있는) 로만손과 중소기업 2~3곳도 참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TF를 만들어 법률적 조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근 실상도 화제가 됐다. 북한 인권 신장과 국군 포로 구출 및 탈북 청소년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박선영 이사장은 "통일 대박론 이후 물밑에서 실질적 남북 교류가 강화되고 있다"며 "북한에 돈을 보내 대동강 송어와 북한 명태를 들여오고, 채소는 가져다 김장을 했다"고 말했다. 김기문 명예회장은 "북한 당국자들도 한국 신문을 다 본다"며 "북이 스스로 문을 여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폐쇄 사회에 대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