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9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방희선(동국대 법과대 교수), 안창원(서울YMCA 회장), 황주리(화가), 박상원(탤런트), 유미화(반포고 교사),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태수(동양 변호사), 박지연(태평양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김기종의 칼에 찔려 전 국민이 안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칼에 찔린 얼굴 부위를 모자이크로 흑백 처리한 사진(3월 6일)과 이튿날 리퍼트 대사가 환하게 웃는 Why 섹션 사진(3월 7일)이 정서적으로 독자의 마음을 완화시켜주어 좋았다.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에 대해 심층 보도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과거 그가 주한 일본대사를 공격한 것이다. 영상을 보면 끔찍하다. 그런데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풀어줬다. 외교관의 안전은 빈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다. 외교관에게 위해를 가하면 안 되고 주재국이 책임을 보장해야 하고 그런 침해가 있으면 중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 왼쪽부터 안창원·박상원·박지연·황주리 위원, 조순형 위원장, 방희선·유미화·이재진·김태수 위원, 윤영신 편집국 에디터.

―세종시 엽총 사건도 그렇고 화성 70대 형 부부 엽총 살인 사건도 그렇고 요즘은 나이와 관계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분노 조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범죄가 잦다. 게임에 빠져 참을성이 없고 욱하는 성향이 있는 남학생들이 행동 조절 이상 증세를 보일 때 치료할 수 있는 제도가 우리 교육 현장에는 없다. 학교에는 보건실만 있을 뿐 정신적으로 불안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치료사가 없다.

―최근 우리 사회가 이념적이든 뭐가 됐든 극단적인 형태로 가고 있다. 이러다가 큰일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근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살인 사건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2.2명으로 급격히 올라갔다. 이것은 우리나라 밤거리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에 초점을 맞춰서 국민을 일깨우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종합적으로 기사를 잘 썼다. 간통죄는 법적으로 규율할 수 없어서 폐지된 것이지 도덕적으로 용인된 건 아니다.

―위헌 결정한 7명의 재판관 중 2명이 보충 의견을 냈다. 한 명은 간통·상간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고 벌금형이 없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고, 또 한 명은 미혼·상간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잉 행사라는 이유로 간통죄를 반대했다. 이 재판관 역시 간통죄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사실상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5명밖에 안 된다. 마지막 합헌 결정이 7년 전에 나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무슨 변화가 있다고 7년 만에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나. 차라리 헌재가 기각하면서 국회에서 형법 조문을 개정하라고 해야 했다. 국회가 모른 척하니까 이렇게 된 거다. 늦게라도 이번 위헌 결정에 대해 심층분석을 해야 한다.

―불효막심죄가 없다고 해서 불효막심하면 되나. 간통죄 폐지도 같은 얘기다. 간통죄에는 무수히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것, 비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도 재판을 하면 무조건 실형을 내려야 하는 법의 한계 때문에 회의론이 생긴 측면도 있다.

―창간기념호인 5일자 사설 ‘민족 統合의 꿈 가슴에 품고 創刊 100주년을 바라본다’(3월 5일)에서 “언론의 기본 사명은 정확한 사실 보도와 균형 있는 논평”이라고 밝혔다. 여태까지 조선일보 기자들이 그래 왔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도 치열하고 투철한 기자정신, 사실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열정과 비판 정신을 잃지 않기 바란다. 조선일보의 균형 잡힌 논평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안에 따라서 균형을 유지하려다가 양비론이나 양시론으로 흘러 결국에는 독자에게 최종 판단을 맡기는 그런 사례들이 보인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결론은 언론이 내줘야 한다.

―100주년 때는 국내 1위 신문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신문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다른 신문보다 월등히 나은 차별적인 특성을 가져야 한다. 이에 적합한 지면이 뭘까 하고 생각해보니 북스면이 떠올랐다. 현재 북스면의 서평이 내용 전달은 잘 되고 있지만 비판적인 측면의 리뷰보다는 책을 홍보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쉽다. 북스면을 예전의 북섹션으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100주년 때는 뉴욕타임스에 필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청문회를 할 때마다 온 동네가 호떡집에 불나듯이 시끄럽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 되풀이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선진국도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청문회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안착시켰는지 그 과정이나 기준, 내용 같은 것을 짚어주면 좋을 것 같다.

―‘신용등급 1등급도 30% 고금리… 대부업체 같은 저축은행’(2월 11일) 기사는 사채업자 수준의 돈 장사를 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문제를 잘 짚어줬다. OECD 가입국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자 부담이 시중은행 금리의 2배를 넘거나 10% 또는 15%를 초과할 경우 ‘약탈적 금리’로 규정해 처벌하거나 무효로 하고 있다고 한다. 후진국형 고금리를 허용하는 이런 행태가 빨리 시정될 수 있도록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이케아 연필 거지를 아십니까’(2월 12일) 기사를 읽으면서 내내 부끄러웠다. 차제에 우리의 경제 수준에 맞는 시민의식을 기사로 다루면 좋겠다. 우리의 시민의식이 전 세계에서 몇위가 되는지 시민의식을 바꾸기 위한 다른 나라의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소개해 시민의식 개선에 일조했으면 좋겠다.

―‘싱크홀 불안 확산… 서울 40년 된 하수관에 들어가보니’(2월 27일)는 기자가 직접 땅 밑으로 들어가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기사라 생생하게 다가왔다. 기사를 통해 싱크홀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지하에 불안정한 공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예산 확보가 안 돼 제대로 수리을 못한다고 하는데 자잘한 징후가 보일 때 막아야 나중에 더 큰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촉구했으면 좋겠다.

―‘6075 新중년’ 시리즈 기사(2월 3~23일)를 재미있게 읽었다. ‘新중년의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4계명’이라든지 은퇴 후 삶의 보람을 느끼기 위해 어떤 취미를 가져야 하는지 등 소재도 다양했다. 다만 먹고살 만한 일부 부유 노년층에 포커스를 맞춘 것 같아 아쉬웠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문제다. 또 젊어 보이려는 신중년의 마음은 이해하면서도 성적인 매력만 강조한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나이에 맞는 중후함 같은 매력을 부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달관 세대가 사는 법’(2월 23~25일) 기사에서처럼 젊은이들이 자기 삶을 사는 건 고무적이다. 문제는 그 삶이 자기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라 취직이 힘들고 경제도 장기간 불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강요된 것이라는 점에서 서글픈 현상이다. 이런 세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좋지만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거나 창업 등 다양한 선택 가능성을 제시하는 그런 기사도 있어야 한다.

―요즘 재미있게 읽는 것이 1월 초부터 연재하는 ‘광복 70년… 물건의 추억’이다. 젊은 세대가 모르고 있던 사회 상황을 알려줌으로써 기성세대의 삶을 이해하게 하고 세대 간의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획 기사다.

―“전철 안 돌연 심정지… ‘자동제세동기’ 외친 은인을 찾습니다”(3월 4일)에서 보듯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안전분야 중 하나가 갑작스러운 심장정지와 이에 대한 대응이다. 이 기사는 일상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심정지 환자 발생 후 50%가 소생하여 정상 생활로 복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생존율이 고작 5%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빠르고 적절한 응급 처치법을 생활화하는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건물 및 다중 시설에 형식적으로 비치하거나 비치하지 않는 곳도 많다. 있어도 못쓰는 경우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면 효과가 클 것이다.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서 다양한 강의를 접할 수 있다는 ‘스타교수 수천만원짜리 강의가 공짜’(2월 25일) 기사를 보면서 신문 지면에 이런 강의를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보다 앱, 팝캐스트, SNS를 통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북스면에서 화제의 신간을 소개하는 것처럼 앱, SNS, 팝캐스트에 나오는 강의 중 권할 만하거나 괜찮은 양질의 강의를 정기적으로 지면에 소개하는 것이다.

―‘大韓國人, 우리들의 이야기’에 소개된 ‘늙은 광부 한창석의 꿈’은 현장감있는 좋은 인터뷰였다. 이런 분들 덕에 오늘날의 눈부신 대한민국을 이룬 것 같아 흐뭇했다. ‘선우정 칼럼-朴泰俊이 본 日本’(3월 5일)도 일본의 아베 총리한테 읽어보라고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TV에서 방영할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5일의 마중’을 소개한 영화평(2월 17일)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쓸쓸한 침묵마저 무대 위 고이 쌓였다… 연극 ‘3월의 눈’ 연습현장 가보니”(3월 5일)는 손숙·신구 두 노배우의 연극 연습현장까지 직접 찾아가서 리뷰를 하고 기사화한 것이라 후배 입장에서 마음이 훈훈했다.

―최근 IS가 전 세계에 퍼져있다. 우리나라 청년도 그곳에 갔으니까 먼 나라만의 얘기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도 공론화해서 문제가 뭔지를 고민하고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도 단지 “IS에 이런 것이 있었다” “영국에서 소녀가 IS로 갔다” 식으로만 단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애국법을 만들고 국토안보부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FBI나 경찰 등이 예방적인 체크를 할 수 있게 했다. 우리도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