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과정의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은 방위사업청이 터키에서 1억달러에 구매한 공군전자전훈련장비의 가격이 원가보다 2.5배 부풀려 납품되었다는 혐의를 잡고 이 장비의 도입에 관련된 무기중개상 일광공영과 S사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사원이 관계부처와 함께 조직한 방산비리특별감사단도 같은 혐의에 대해 계약서 등을 입수,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공군전자전훈련장비란 전투조종사들이 실전과 같은 전쟁환경에서 적의 대공위협을 피해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장비로, 지난 1996년 필요성이 제기된 사업입니다. 당초 이 사업은 정부투자업체가 주관한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우여곡절끝에 2009년 4월 방위사업청이 터키 하벨산사와 1억87만달러에 수의계약을 했고 2012년 7월말쯤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터키 하벨산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된 것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KT-1 훈련기를 터키가 구입함에 따라 대응구매형태로 터키사와 수의계약을 한데 따른 것입니다. 즉 일종의 맞교환형식에 따른 교역입니다.
무기거래에서는 이같은 형식의 거래를 절충교역, 옵셋거래라고 부릅니다. A국가가 B 국가에서 무기를 구매하면 B국가는 양국협상에 의해 일정액의 무기를 B국가에서 다시 구입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실제품목은 무기가 될 수도 있고 특정 기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터키 정부는 지난 2007년 6월 20일, 기본훈련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KT-1을 최종선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0년 7월 1일 1호기를 출고한데 이어 5대는 완제품 형태로, 35대는 터키 앙카라의 터키항공우주산업에서 KAI가 제작한 날개와 주요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납품했습니다.
이 장비와 관련된 가장 큰 의혹은 원가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것입니다. 2009년 11월 국회에서 하벨산의 에이전트인 일광공영의 원가부풀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방위사업청은 하벨산의 당초 제안가가 1억4천만달러 상당이었으나,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4600만달러, 즉 32%를 깍아서 계약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액수는 적정한 액수이고 협상성공사례였을까요?
일광공영에서 전체업무를 총괄했던 한 관계자는 충격적인 제보를 했습니다. 하벨산이 당초 일광공영에 제안했던 가격은 4천만달러에도 못미쳤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광공영이 방사청에 제안한 가격 1억4000만달러는 원가보다 3.5배나 부풀려졌고, 최종확정된 가격 1억달러도 원가보다 2.5배나 뻥튀기된 셈입니다. 또 다른 방산업체의 현직 고위임원도 최초 제안가가 4천만달러 이하가 맞다고 기자에게 확인했습니다.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은 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일광공영으로부터 사기혐의로 고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1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하벨산 한국지사장 알리 우고 코치를 수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습니다. 또 하벨산의 에이전트인 일광공영과 S의 계약서 등도 확보해 조사중입니다. S사는 하벨산사의 국내 협력업체로서 하벨산의 에이전트인 일광공영에 자신들의 수주물 량중 40%를 재하청 주는 계약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S사는 "일광공영이 하벨산 에이전트로서 국내 협력사 선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수주를 위해 일광공영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일광공영이 주도한 사업의 일부를 하청 받은 것일 뿐 사업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방산비리합수단은 또 방위사업청이 공군전자전 훈련장비를 도입하면서 터키 하벨산사에 하자보수기간을 전혀 확보하지 않아 품질보증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계약 내용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