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태양열로만 나는 비행기가 역사적인 첫 세계 일주 비행에 나섰다. 스위스의 태양광 비행기 업체인 솔라임펄스(Solar Impulse)가 제작한 '솔라임펄스2'는 9일 오전 7시 12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부틴 공항을 이륙, 5개월간의 세계 일주에 돌입했다. 이 비행기는 오만·미얀마·중국·하와이·미국·유럽·북아프리카 등 12곳을 거쳐 오는 7월 말~8월 초 아부다비로 귀환할 예정이다. 총 비행거리는 3만5000㎞다.

태양전지 비행기 ‘솔라임펄스 2호기’가 9일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알부틴 비행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태양열만으로 세계 일주에 도전한 솔라임펄스 2호기는 인도양을 건너 중국, 미국,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5개월에 거쳐 비행한 뒤 다시 아부다비로 돌아올 예정이다.

1인용인 이 비행기는 날개와 몸통에 1만7000개의 태양광 패널이 부착돼 있다. 태양열을 전기로 변환해 프로펠러와 연결된 전동 모터 4개를 돌리는 방식이다. 비행기 날개 길이는 72m로 보잉747보다 4m 길지만, 무게는 2.3t으로 보잉747(300t)의 10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가볍다. 최대 속력은 시속 140㎞로, 자동차 수준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기내 냉난방 설비가 없기 때문에 조종사는 기온 변화를 견뎌내며 비행해야 한다. 영국 BBC방송은 "기상 악화와 태풍 같은 여러 변수가 있어 이번 세계 일주에 성공한다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비행기 조종은 솔라임펄스 공동 창업자인 베르트랑 피카르 회장과 안드레 보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교대로 맡는다. 피카르 회장은 의사 겸 모험가로, 1999년 사상 첫 열기구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1931년 알루미늄 기구를 타고 인류 최초로 고도 1만5781m의 성층권에 올라간 오귀스트 피카르가 그의 할아버지다. 그의 아버지 자크 피카르도 1960년 태평양 괌 해역에서 잠수정을 타고 심해 1만916m 잠수 기록을 세운 모험가 집안이다.

이번 세계 일주 도전은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피카드 회장은 "기후변화는 새로운 친환경 기술을 시장으로 끌어들일 좋은 기회"라며 "이번 비행으로 오염 없는 깨끗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