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뻔했던 원각사 무료 급식소의 '22년 밥줄'이 오는 20일부터 다시 이어지게 됐다. 산악인 강위동(72·사진)씨가 독지가로서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무료 급식소를 운영해온 보리 스님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무료 급식은 우여곡절 끝에 이달 2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무료 급식을 해온 장소도 새 세입자에게 넘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생겼다.
조선일보 50년 애독자인 강씨는 불교 신자로서 원각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급식 자원 봉사에 참여해 왔다. 그러던 중 '22년 밥줄 끊긴다'는 본지 보도〈2월 5일자〉를 보고 '배곯는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떠맡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 3일 원각사 건물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보증금과 월세는 물론 당초 들어올 세입자에게 위약금까지 지불했다. 그는 "앞으로도 월세와 재료비 등 기본적인 경비를 부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보고 식단을 짰던 보리 스님처럼 북한산 심곡암 주지 스님인 원경 스님이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배식은 그간 30~40개 자원봉사 단체들이 한 번에 10~20명씩 팀을 이뤄 한 달에 하루 정도씩 봉사해 왔는데 강씨가 재정적 후원을 맡더라도 봉사 인력의 도움은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강씨는 "지금까지처럼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단체들이 힘을 보태주시기 바란다"면서 "봉사자 중 희망하는 사람으로 이사회도 꾸려 제대로 운영해 보고 싶다"고 했다. 더 많은 노인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강씨가 기본적인 비용 부담은 하지만 후원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원각사 무료 급식소는 3월 2일 급식을 마친 후 지금은 내부 공사 중이다. 그동안 2층은 법당 겸 식당으로, 3층은 숙소로 운영됐는데 법당을 3층으로 옮기고 급식소를 보다 넓고 쾌적하게 바꿀 것을 구상 중이다. 강씨는 "본래 4월 초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급식을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도 많아 20일로 날짜를 당기게 됐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씨는 그간 히말라야 아일랜드파크,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등 세계 고산을 숱하게 오른 산악인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각종 봉사 모임에 참여해왔고, 등산할 때 받은 기업 협찬금은 모두 엄홍길휴먼재단이나 한국미혼모재단에 기부해 왔다고 한다. 그는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봉사 과제로서 원각사 무료 급식소를 택했다"고 했다.
무료 급식소 재개장 소식에 그간 병환에도 힘겹게 급식소를 이끌어 오던 보리 스님은 "급식소를 찾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돼 정말 다행"이라며 반겼다. 5년간 매달 한 번씩 급식 봉사를 해온 민일영 대법관도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어려운 노인들이 애써 다른 곳으로 가시지 않아도 된다니 참 잘됐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