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체포 보면서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테러범이 하고 싶은 말 다 하게 해서 전파 타게 하고, 어떻게 살인미수 테러범에게 이불을 씌워서 들것으로 모시고…. 전 세계가 보고 있는데 과연 테러범에게 저렇게 하는 나라가 있을까. 더군다나, 압수수색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졸도할 뻔했습니다.”
7일 서울 종로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곽모씨가 쓴 이 글의 제목은 ‘테러보다 더 황당한 현장’이다.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이 발생한 뒤 피의자 김기종(55)씨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에 대해 시민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 곽씨처럼 직접 종로경찰서에 불만을 표출한 글은 9일 오전 현재까지 약 60여개. 일부 시민은 “종로경찰서의 행태를 개탄한다”, “종로경찰서장을 파면해야 한다”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종로경찰서가 시민의 공분을 사게 된 까닭은 이렇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김씨는 10여분 만에 종로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서 앞마당에서 차에서 내린 김씨는 다리가 부러졌다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김씨는 아프다며 악을 썼고, 경찰은 김씨를 이불로 싸서 형사당직실 안으로 옮겼다. 체포나 이송과정에서 수갑 등 경찰장구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2시간여 뒤 김씨는 인근 적십자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갔다 왔고, 이 과정에서 “전쟁훈련 반대한다”, “(미국 대사) 혼내주려고 (범행)했다”는 말을 쏟아냈다. 김씨의 말은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시민들은 왜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씨를 수갑도 안 채운 채로 이불로 싸는 등 ‘극진히’ 모셨고, 중대범죄 피의자인 김씨가 하는 말이 고스란히 전국에 생중계되도록 놔뒀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필요한 경우 현행범에게 수갑이나 포승(捕繩)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시민은 전 세계에 경찰이 김씨를 대하는 장면이 중계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이모씨는 9일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말 부끄럽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씨는 이 글에서 “이불은 웬 말이며, 들것에 휠체어, 앰뷸런스 대동…. 테러범의 비정상적인 모습보다 테러범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경찰의 한심한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치욕스럽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서모씨는 “한 나라의 대사는 모국의 국민과 대통령을 대표하는 사람인데, 테러범의 신변도 제대로 구속 않고 경찰은 뭐하고 있느냐”며 “만약 우리나라 대사가 다른나라에서 근무하다 저런 테러를 당하고 그 나라 경찰이 테러범 모시는 모습을 본다면 당신 경찰들은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라고 반문했다.
윤모씨는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해괴한 현장’이란 제목의 글에 “(경찰이) 칼을 들고 미 대사의 목을 향해 달려들었던 테러범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며 “그 긴급한 순간에 이불을 챙긴 순발력은 가히 국보급”이라고 꼬집었다. 한 시민은 “테러리스트를 이불에 고이 싸서 앰뷸런스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극진히 모시는 모습을 전 세계 만방에 각종언론이 실어 날랐으니, 테러리스트를 대하는 전 세계 공권력에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일부 시민은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모씨는 “종로경찰서 경찰들은 누구 눈치를 보기에 그런 살인미수자를 특별대우 하느냐”며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무너져서 힘이 없는 건가, 아니면 좌익분자들에게 잘못 보일까 봐 겁나서 그러는 건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전모씨는 “제발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바르게 수사에 임해주길 당부한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