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때 고생한 걸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데 예비군 훈련도 산에서 뒹굴면서 받으라고?"
"웬만하면 참겠는데 정말 너무한다."
지난달 27일 군 당국이 '예비군 정예화 방안'을 발표하자 전국 예비군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군은 예비군들의 만족도와 전투력을 동시에 잡겠다며 나름 머리 짜내서 내놓은 방안인데, 막상 예비군들의 항의와 원성이 빗발치자 크게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 관계자들이 허탈해했던 건 다음 순간. 예비군들의 반발을 초래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전달됐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부대 건물도 없는 곳에서, 산속이나 들판에서 먹고 자면서 훈련하는 게 아닌데도 그렇게 소문이 나버린 것이다. 군 관계자는 "솔직히 좀 황당하고 억울했다"고 말했다.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배경은 이랬다. 당초 군 당국이 발표한 보도 자료에 '동원훈련은 영내(營內) 훈련장 위주 훈련에서 벗어나 부대별 임무 수행 지역에서 숙영 및 훈련을 실시하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일부 언론이 '모든 훈련을 100% 야외 훈련으로 전환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군 관계자는 "간단히 말해 현역병이 있는 부대에 가서 훈련한다는 것이었는데 군대 용어를 쓰다보니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 잘못 나간 내용은 인터넷 등을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예비군 훈련장이 아니라 실제 현역병 부대에 입소해 받는 훈련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올해는 이런 훈련 방식 비율을 크게 높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년 예비군이 입소해 훈련한 부대는 1375곳(55%)이었는데, 올해는 1876곳(75%)으로 늘렸다"며 "사격 훈련과 정신 교육만 하고 돌려보내던 형식적 훈련에서 벗어나 전쟁이 터졌을 때 실제로 자신이 복무할 부대에서 훈련받는 것이 더 실전적"이라고 했다.
예비군 훈련의 강도가 전보다 세진 것도 이런 오해를 부추겼다. 지금까지는 입소 시각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해도 눈감아주는 관행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단 1분이라도 지각하면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팀별 과제에 모든 팀원이 합격해야 퇴소할 수 있다는 기준도 마련했다. 이렇게 훈련이 강해지니 '영내 훈련장 위주 훈련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산이나 들에서 하는 훈련으로 오해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비군들 반응이 신분이나 직업에 따라 크게 달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생·회사원에 비해 자영업자와 취업 준비생의 불만 목소리가 더욱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생은 1년에 하루 8시간 교육만 받으면 되고, 회사원 역시 직장예비군에서 훈련을 받지만 자영업자 등은 일선 부대에 가서 자고 먹으며 훈련을 받아야 한다. 또 회사원들은 예비군 훈련이 직장 근무로 인정돼 손해가 없지만 자영업자들은 그 기간에 일을 할 수 없어 금전적 손해가 불가피하다. 취업 준비생 역시 2박3일 훈련 기간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불경기·취업난으로 '먹고살기도 힘든데 군대까지 왜 이러느냐'는 식의 민감한 반응을 표출한 이유다. 예비군 2년차인 조모(24)씨는 "2박3일 훈련하면 보상비·교통비로 몇천원 주는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 강도만 높이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군 당국은 각종 혜택을 늘려 사기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랜드·롯데월드·롯데시네마·63빌딩 수족관 등과 제휴해 예비군훈련필증과 신분증만 제출하면 최대 5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작년엔 11~12월에만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엔 예비군 훈련이 진행되는 3~12월 언제든지 가능하고, 동반자도 2~3인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