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기자] 인간의 본능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지난달 27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을 보인 영화 ‘소셜포비아’는 SNS 문화와 악플, 마녀사냥 등의 소재를 사용해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지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셜포비아’는 한 네티즌의 악플로 시작된 마녀사냥을 다룬 작품.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남긴 악플로 네티즌의 분노를 사며 실시간 이슈에 오른 레나는 인기 BJ 양게(류준열 분)가 진행하는 현피(웹상에서 벌어진 분쟁의 당사자들이 실제로 만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 원정대의 대상이 된다.

장난스럽게 현피 원정대에 참여한 경찰지망생 지웅(변요한 분)과 용민(이주승 분)은 현피 당일날 싸늘한 시체로 누워있는 레나를 발견, 비난의 화살은 순식간에 이들에게로 향한다. 경찰 시험에 불리한 기록이 남게 될까 불안한 두 사람은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고 타살의 증거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영화는 한 명의 악플러가 가해자가 됐다가 피해자가 되고, 또 다른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녀사냥’이라는 소재로 풀어냈다. 이는 악플러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또 다른 가해자가 돼 악플러의 신상을 밝혀내고 심지어 집 앞에까지 찾아가 악플러를 궁지에 몰아넣는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아이러니함을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이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든다. 죽어 있는 시체를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인터넷에 내뱉었던 자신들의 악플을 지우기 시작하는 현피 원정대의 모습은 웬만한 공포영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섬뜩한 장면. 사람의 죽음 앞에서 신고는커녕,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흔적을 처리하는 모습들은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자신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이를 회피하고 다른 타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긴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고스란히 들킨 것 같아 불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은 인간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달갑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사회에서 혹여나 이러한 인터넷을 나쁜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단편영화 ‘킵 콰이어트(Keep Quiet)’로 제1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관객상을 수상하고 제13회 대구 단편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홍석재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소셜포비아’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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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비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