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발생한 인도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건의 범인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가 인도에서 방영 금지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B S 바시 뉴델리 경찰국장이 법원에 다큐멘터리 방송 금지를 요청했으며, 인도 정보방송통신부도 현지 TV 방송사들에 이 다큐멘터리 방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레슬리 우드윈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인도의 딸(India's Daughter)'은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영국·덴마크·스웨덴은 물론 사건이 발생한 인도에서도 민영 방송사인 뉴델리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었다.

우드윈 감독은 지난 2012년 12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귀가하던 여대생 조티 싱 판데이(당시 23세)를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하고 길에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4명 중 무케시 싱(29)을 인터뷰한 내용을 다큐에 담았다.

싱은 2013년 이뤄진 옥중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죽음은 사고(accident)였다. 저항하지 않았다면 때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폭행을 당할 땐 저항하지 말고 조용히 성폭행을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숙한 여성은 밤에 밖에 돌아다니지 않는다"며 "성폭행은 남성보다 여성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싱은 또한 "자신들을 사형하면 여성들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며 "이제 남성은 여성을 성폭행하면 우리처럼 피해 여성을 놔두지 않고 죽여 버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싱을 인터뷰한 내용이 예고편 자막을 통해 공개되자 인도 시민단체들은 "성폭행범의 의견을 전국에 방송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크게 반발했다. 시민운동가들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싱의 의견을 그대로 방송하면 피해자를 모욕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싱이 수감돼 있는 뉴델리 티하르 교도소의 무케시 프라사드 대변인은 "우드윈 감독이 다큐멘터리 공개 전 인도 당국에 먼저 보여주기로 합의했다"며 "다큐멘터리가 인도 정부의 허가를 받은 뒤 상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드윈 감독은 이에 대해 인도 내무부와 티하르 교도소로부터 싱의 옥중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허가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뉴델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교도소가 요구한 대로 다큐멘터리의 비편집분과 편집분을 이미 제출했다"며 "교도소로부터 상영을 제한한다는 비슷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