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오후 3시 취임 인사차 찾아온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흔히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홈런을 쳐서 저희들 마음이 푸근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실장을 발탁을 놓고 야당이 “장고 끝에 악수”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오히려 박 대통령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2일 오후 새누리당 대표실을 예방, 유승민 원내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 대표는 또 "잘 아시다시피 우리 이병기 실장과, 저, 그리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오랜 인연이 있다. 같이 이회창 총재를 대통령 만들기 할 때부터 같이 해온 식구"라며 “그 뒤로도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캠프 때 초기 원조 멤버들이다. 다시 만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임기가 3년이나 남아있는 이 시점에서 당 대표, 원내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이 과거 훌륭한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만나 도원 결의를 했던 그런 심정으로 박근혜 정권을 반드시 성공한 정권으로 만들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 데 대해 정말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이 실장에게 "국정원장을 너무 훌륭하게 잘 하셨는데 (임기가) 너무 짧아서 제가 한 말씀드렸는데 섭섭하지 않으시죠?"라고 농담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가 이 실장의 인선 당일 “국정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데려가는 건 조금 유감스럽다”고 말해 논란이 됐었는데, 이를 먼저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는 "사실 내가 원내대표가 될 때 ‘매일 청와대와 대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장님이 오셔가지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실장에 대해 “야당시절에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이끌던 그 시절에 (이 실장을) 처음 뵙고 그 이후에 같은 정치적인 길을 걸어왔다는 동지의식이 남달리 강한 분"이라고도 했다.

이병기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렇게 환영해줘서 감사드린다”며 "(박 대통령의) 임기 5년 중에 아직 반이 안 지났다. 2년 반도 아직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저희들에게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저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집권초 약속했던 공약을 수행해 나갈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기(오른쪽)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을 찾아 문재인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병기 실장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만난 뒤 한 시간 후인 오후 4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를 찾아 취임 인사를 했다. 이들은 20여분쯤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표가 “소통을 잘 하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 실장은 “낮은 자세로 대통령을 보필하고, 국민 여론을 잘 듣고 소통하겠다. 가능한 자주 연락 드리겠다. 사심 없이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인사를 비판했지만, 이 실장과 대화 분위기는 부드러웠다고 한다.

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는 전직 국정원장인 이 실장에게 국정원 중립에 대해 당부했고, 이 실장은 “(국정원장) 자리를 떠났지만 유념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이 실장이 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자 문 대표는 “야당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 야당도 반대만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고 김 수석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