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75)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사실상 국정원 내부 발탁 케이스로 분류된다. 이 후보자는 1963년 육사(19기) 졸업 후 짧게 장교 생활을 하다 1970년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들어갔다. 영어를 잘해 첫 보직이 영어 교관이었다.

이후 27년간 주로 해외 파트에서 일하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안기부 국제국장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일조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안기부 제2차장을 지냈다. 이번에 19년 만에 원장으로 친정에 복귀하는 셈이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최근 출간된 정치·외교 전문지‘코리아폴리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27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를 수호하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있어 중추적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도록 국정원을 프로화, 일류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와 함께 안기부에서 일했던 김용갑 새누리당 고문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일을 잘해 내가 그때부터 '이병호는 장래 안기부장감'이라고 얘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 후보자는 일 처리가 합리적이고 균형 감각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정보 판단 능력이 뛰어났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2차장에서 물러난 후 말레이시아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 대사 등을 거쳐 울산대 초빙교수로 일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대체로 이 후보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국정원 내부를 잘 아는 데다 리더십이 온화하고 조직 관리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그는 최근까지 국정원 자문위원을 맡았다. 그는 평소 주변에 "국정원의 존재 이유는 최우선적으로 북한 등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요소를 탐지·차단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대북 정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 방향도 대북 정보력 강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작년 국정원 개혁 논의가 한창일 때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댓글 사건 여파로 만들어진 전임 원장(남재준)의 셀프 개혁안이나 국회 특위가 만든 개혁안은 모두 크게 미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무 기능을 과감히 정리하고 국가 안보 사안에만 진력하도록 업무 집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조직에 대해서는 "해외 및 북한 분야를 담당하는 1차장 산하와 국내 파트인 2차장 산하를 사실상 독립청 개념으로 분리·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평소 국정원 직원들의 '프로 의식'을 강조해 온 만큼 직원들의 업무 역량 강화를 강도 높게 추진할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원의 간첩 사건 증거 조작이 드러나자 기고문을 통해 "국정원 직원의 정보 프로의식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총체적으로 국정원의 역량이 퇴행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징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대북관은 강경 보수에 가까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가 예상된다. 그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와 같은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 "우리가 잘해준다고 북한이 거기에 감동해서 마찬가지로 대할 가능성은 그동안의 남북 관계 흐름을 봤을 때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안보 전문 계간지 코리아폴리시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체제의 운명은 벼랑 끝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김정은과 대화가 잘 될 거라고 보는 것은 환상이고 (북한의 비핵화) 방법은 압박밖에 없다"고 했다. 과거 칼럼에서도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북한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만 일방적으로 변해버렸다"고 했다.

특히 2011년 3월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천안함 폭침 관련 정부 발표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하자 "우리 사회에 어리석은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2009년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사건 직후 칼럼을 통해 시위대의 행태를 '폭동'에 비유한 것도 문제 삼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