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렛길

하루 종일 바다가 와서
촐랑이는
야트막한 초가집
돌담 밖에
올렛길,
노란 유채밭길을 가노라면
멀리 눈 덮인
한라산(漢拏山) 머리
눈 녹는 소리에
하르르하르르 시나브로 지는
유채꽃 꽃잎 사이로
다복다복
솔나무 숲이 바라다보이고,
이따금 고기잡이배들이
하얀 물살을 가르는
푸르기만 한
쪽빛 바다가
나는 마냥 좋았다.

―한기팔(1937~ )

제주도에는 봄이 왔나 보다. 지인들이 유채꽃밭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쪽빛 바다를 목도리처럼 두른 섶섬과 눈 덮여 이마가 하얀 한라산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다. 북향하며 봄이 올라오고 있다.

잔파도 소리가 야트막한 초가집 마당까지 밀려오고 있다. 돌담에는 고운 햇살이 쌓이고 있다. 유채밭에는 누군가 노란 물감을 확 쏟아 놓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한라산 높은 봉우리에는 눈이 쌓여 은빛으로 빛난다. 저 멀고 높은 한라산 눈이 녹는 소리에 이곳 유채꽃의 얇고 보드랍고 노란 꽃잎이 하르르하르르 떨어진다.

저 먼 제주도의 바다와 한라산과 벌판의 봄이 이곳까지 소포로 배달되어 오는 듯하다. 곧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어오르고, 봄이 곳곳에 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