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제정된 형법 241조 간통죄(姦通罪)가 62년만에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17건의 간통죄 위헌 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앞서 헌재는 1990년부터 가장 최근인 2008년까지 네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性)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의심되는 만큼 간통죄 자체가 위헌”이라고 밝혔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 성(性)개방 풍조, 여권(女權)신장 등 그동안 시대상의 변화가 헌재의 결정에 바탕이 됐다.

이날 재판관 9명의 의견은 크게 네 부분으로 갈렸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 등 5명은 “간통죄 처벌규정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같은 위헌 결정이지만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이 일반적으로 과도한 것은 아니지만 미혼자에게까지 간통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강일원 재판관도 “간통 처벌 규정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다양한 간통 유형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고, 징역형만을 규정해 비례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위헌 의견을 내놨다.

이와 달리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 두 사람은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두 사람은 “간통죄가 성적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며 “간통죄 폐지는 우리 사회 성도덕 문란을 초래하고 가족의 해체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간통죄에 대해 1990년 첫 합헌(合憲) 결정을 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재판관 6명이 간통죄 유지에 찬성했다. 헌재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와 가족 생활보장, 부부간 성적(性的) 성실의무를 지키기 위해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1993년에도 헌재는 “1990년 결정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기각했다.

2001년 헌재는 “간통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앞서 두 차례 간통죄에 대한 결정에서 재판관 3명이 폐지에 찬성했지만, 2001년에는 폐지 의견을 낸 재판관이 1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08년 헌재 결정에서는 처음으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5명)이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4명)보다 많았다. 위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찬성해야 한다. 당시 헌재는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지만, 위헌을 선언할 정도는 아니다”는 다소 어중간한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