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사단 성폭행 사건의 합동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육군본부 감찰실장 원모 소장이 지난 3일 11사단 여군들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 "너희는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왜 몰랐나. 너희끼리 얘기도 안 하고 지내나"라고 책망했다고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가 23일 밝혔다. 배석한 11사단 부사단장도 "너희 똑바로 해!"라며 야단을 쳤다는 것이다. 원 소장은 육군본부를 통해 그 같은 발언을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11사단을 지휘하는 1군 사령관이 육군 지휘관 회의에서 "여군들도 (성희롱이)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지, 왜 안 하느냐"고 발언한 것이 문제 되기도 했다.
육본 감찰실장이나 1군 사령관이 했다는 발언은 여군들이 어떤 애로를 느끼고 있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준다. 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군 부사관이 동료 여군들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말을 해봐야 아무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군에서 상급자 비행(非行)에 대한 고발은 상급자의 잘못을 교정(矯正)시키기는커녕 피해를 당한 하급자가 조직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고통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는 수가 많다. 군이 평소 성추행·성폭행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하면서 가해자를 엄벌했다면 이번 피해 여군 부사관도 동료들과 의논하거나 계통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11사단은 사건이 발생한 여단 소속 여군들을 다른 부대로 전출하는 문제를 검토했었다고 한다. 피해자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럴 경우 전출된 여군들은 '11사단 여군'이라는 딱지가 붙어 견디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부사단장에게서 "똑바로 하라"는 질책을 들은 여군들 가운데도 상급자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누구한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군은 남성 지휘관들의 생각과 행동이 완전히 바뀔 때까지 성희롱 예방 교육과 엄한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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