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는 애초 지난 11일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 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서울지검 검사로 일했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참여해 고문 경찰들을 봐주고 사건 진실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그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를 거부해 왔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야당이 맡고 있다. 야당이 당론을 바꾸지 않으면 청문회 개최와 본회의 인준(認准) 표결을 할 수 없어 대법관 임명은 불가능해진다. 전임 신영철 대법관은 이미 17일 퇴임했다. 4월에 다시 국회가 열리지만 그때 가서 야당 당론이 바뀌리란 보장도 없다. 대법원은 공석인 대법관에게도 한 달 평균 300건 가까운 재판을 배당하고 있다. 국회의 대법관 인준 절차가 늦어지면 그만큼 대법원의 소송 처리도 지연돼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야당의 주장이 맞는다면 박 후보자는 대법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박 후보자 측은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지휘 체계상 당시 수사팀 말석(末席)이었던 박 후보자에게 사건 은폐·조작 책임을 묻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다. 야당이 1994년 박종철 사건 수사팀 주임 검사였던 신창언씨의 헌법재판관 지명에는 동의했던 것도 개운치 않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적격성에 대한 논란이 클 때 진실을 가려 보라고 만든 제도가 국회 인사청문회이다. 야당이 박 후보자에게 '유죄(有罪)' 낙인을 먼저 찍어놓고 청문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절차적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만약 청문회를 통해 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국회가 임명 동의안을 부결하면 그만이다.

야당은 얼마 전 박 후보자보다 훨씬 분명한 흠이 드러난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본회의에서 인준 반대표를 던진 적이 있다. 여론은 '모처럼 야당이 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지금 그때 벌어 놓았던 점수를 스스로 까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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