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제공

‘왜색 시비’에 휘말렸던 충남 아산 현충사 본전 앞 금송(金松)에 대해 보존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990년대부터 이순신 장군을 모신 현충사에 일본 왕실의 상징 중 하나인 금송이 심어져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으나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위원장 김정배)는 지난 11일 열린 회의에서 사적 제155호 이충무공 유허 내 박정희 전(前) 대통령의 기념식수인 금송에 대해 ‘현 상태 그대로 존치한다’고 의결했다.

문화재청 제공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 본전 앞에 있는 금송에 대한 논란은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문제가 된 금송은 일제가 지금의 청와대 자리에 조선총독부 총독관저를 지을 때 들여와 심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현충사 성역화 사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1972년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뜰에 있던 금송을 현충사에 기념식수로 심었다. 경북 안동 도산서원과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싸우다 순국한 의병 700여명이 묻힌 충남 금산 칠백의총에도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금송’이 옮겨 심어졌다.

더욱이 금송은 일본 왕실과 관련이 깊은 상징물로 알려져 왔다. 일본의 고유종(種)인 금송은 일본 최고(最古)의 사서인 ‘일본서기’에도 등장한다. 일왕은 행사에 참석해 기념식수로 금송을 자주 심으며,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히사히토(悠仁) 친왕이 최근 금송을 자신의 문장(오시루시)으로 삼기도 했다.

현충사 경내 외래 수종의 존재는 지난 1996년 한국식물연구회 조사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1997년부터 2010년까지 전통조경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이즈카 향나무 등 외래수종 30종 4100여주를 제거했지만, 금송은 이 과정에서도 살아남았다. 2010년 12월 문화재위원회는 ‘금송은 외래수종이 맞지만, 대통령 기념식수라는 시대성과 역사성을 나타내므로 존치하는 게 적절하다’는 심의 결정을 내렸다.

같은 달 30일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현충사 본전 내 금송 존치 결정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판결이 확정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금송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재점화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국감에서 “현충사 본전에 있는 금송이 일왕을 상징한다고 해서 제거 또는 이식을 주장하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금송을 존치할 계획이지만 교문위에서 재검토를 의결할 경우 문화재위원회에서 재심의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달 초 문화재위원회 재심의가 이뤄졌다.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위원들은 ①금송을 현 상태로 존치 ②본전 밖으로 이식하는 두 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한 후 ①안으로 결정했다. 대통령 기념식수라는 시대성과 역사성에 다시 한번 무게가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