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의 삶은 (박)지성이 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깨닫는 과정인 것 같아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스파크레인저스(QPR)의 윤석영(25·사진)은 2005년 한국 최초로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34·은퇴)과 인연이 깊다. 그는 2013년 1월 풀럼 등 다른 팀의 이적 제안을 뒤로하고 박지성이 뛰던 QPR을 선택했다. 그해 QPR이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떨어지고, 박지성이 팀을 떠난 탓에 둘이 같은 유니폼을 입은 시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잠시 함께한 '대선배'의 존재는 여전히 윤석영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만난 윤석영은 이제는 런던 생활이 제법 익숙해졌다고 했다. 통역 없이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웨스트엔드로 가서 뮤지컬을 볼 정도로 여유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부상과 재활이다.

"제가 지성이 형을 존경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그 숱한 부상을 모두 이겨냈다는 점이에요. 저에겐 큰 용기가 됩니다."

윤석영은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작년 11월 축구 대표팀의 이란 원정 평가전에서 발목과 허리를 다쳤다. 영국 진출 이후 1년 반 만에 벤치 신세를 벗어나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던 시점에 나온 부상이라 더욱 뼈아팠다. 위로해줄 가족이나 친구가 없는 영국 땅에서 윤석영은 외롭게 재활에 매달렸다.

그는 부상과 씨름하느라 지난달 아시안컵에도 뛸 수 없었다. 대표팀에서 같은 포지션(왼쪽 수비수)을 맡는 김진수(23·호펜하임)는 우즈베키스탄과 벌인 8강전,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두 경기 연속 결승골을 도우며 펄펄 날았다. 큰 자극이 됐다.

"진수가 정말 잘하더라고요. 지긋지긋한 재활 과정에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부상에서 거의 회복한 윤석영은 지난 11일 선덜랜드전에 이어 22일 헐시티전까지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교체 없이 뛰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현재 리그 17위(승점 22)를 달리는 QPR은 강등권인 18위 번리, 19위 애스턴빌라와 승점이 같다. 윤석영은 "일단은 최대한 빨리 부상 전의 경기력을 회복해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대표팀도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윤석영은 작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될 당시 '의리 논란'에 휩싸였다. 홍명보 감독 지휘 아래 청소년·올림픽 대표를 두루 거친 덕분에 당시 소속팀에서 부진했음에도 월드컵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 일부 팬의 주장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며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한 윤석영도 팬들의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시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 돌아가야죠.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늘 영광스러운 일이니까요. 저를 믿어줬던 홍명보 감독님을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훨씬 더 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