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손발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해 고생하는 분야도 있다. 로봇공학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로봇의 보급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부 단순 업무를 제외하면 로봇이 본격적으로 인간의 업무 영역을 넘볼 수 있게 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의 눈부신 발전에도 인간의 섬세한 손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로봇 전문기업 야스카와전자의 추다 준지 대표는 2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에 사용되는 손의 발전 속도는 인공 지능 발전 속도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로봇이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별로 쓸모는 없을 것”이라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기술은 성능과 비용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로봇) 손이 말썽”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손에는 1만 개가 넘는 감각 센서가 몰려 있다. 기계 장치에 이 정도로 세밀한 감각을 이식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로봇 선진국’ 일본에서도 안전사고 위험이 따르거나 단순 반복 업무 위주로 가동되는 생산공장 등에 로봇 활용이 집중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야스카와전자의 주력 제품도 자동차 조립에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이다.
준지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로봇이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물류창고와 배송업무 등을 꼽았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로봇공학의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숙련된 기술자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로봇의 생산은 물론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 수가 충분치 않다는 이야기다. 로봇 공학의 성장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을 비롯해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의 정보기술(IT) 업체는 과거의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준지 대표는 그러나 “TV 제조사는 제삼자에게 부품을 사들여 조립하지만 우리는 로봇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가 생산한다. 일본의 로봇공학은 비용과 성능 면에서 앞서있다”면서 로봇공학에서 만큼은 일본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