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인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맞은편 한강로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장 앞 인도 1.44㎡(0.43평) 정도가 3m 깊이로 내려앉아 시민 2명이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구멍은 겉에서 보면 가로·세로 1.2m 정도였지만 지하로 내려가면서 점점 폭이 넓어져 최대 너비가 5m나 됐다.

사고는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공사장 펜스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일어났다. 정차한 시내버스에서 내린 김모(28)씨와 여자친구 정모(24)씨가 공사장 펜스 쪽 인도에 발을 딛는 순간 땅이 내려앉았다. 두 사람은 추락 17분 만에 사다리차까지 동원한 119 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김씨는 오른쪽 어깨와 허리·다리를, 정씨는 목뼈를 다쳤지만 다행히 싱크홀 안에 철근이나 바위 등 위험한 물체들이 없고 흙뿐이어서 치명적 부상은 입지 않았다. 김씨는 "갑자기 땅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컴컴한 구덩이 안이었다"며 "위에서 보도블록들이 쏟아져 내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주상복합건물 시공사 측은 싱크홀에 흙을 붓고 그 위에 보도블록을 새로 깔아 7시간 만에 응급복구를 완료했지만,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사고 현장은 접근이 통제됐다. 버스정류장은 원래 지점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임시 이전했다. 서울시는 21일 지표 투과 레이더로 지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정밀검사를 벌였다.

설 연휴 용산역 앞길, 순식간에 땅이 '푹' - 지난 20일 오후 2시쯤 서울 용산역 인근 보도블록들이 아래로 꺼지며, 그 위를 걷던 김모(28)씨와 정모(여·24)씨가 추락하고 있다(왼쪽). 이들은 머리와 팔만 보이다(가운데) 순식간에 3m 깊이의 싱크홀 아래로 사라졌다(오른쪽). 두 사람은 17분쯤 뒤 119 대원들에 의해 구조됐으며, 목·어깨·허리·다리를 다쳐 치료를 받았다.

싱크홀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공사는 작년 3월 시작돼 현재 지반을 파헤치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고 당일은 휴일이어서 작업은 없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시공사가 현장 지하수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이 싱크홀 형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용산역 근처는 지하수가 지표와 가깝게 흘러 싱크홀 위험이 큰 지역"이라며 "이런 곳에서는 지하수의 흐름을 일부 허용하는 공법보다는 물을 완전히 막는 방수(防水) 공법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공사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 지역에 적합한 공법을 찾아서 쓴 것이지 비용과는 무관하다"며 "공법에 문제가 있었다면 애초에 공사 허가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공사 과실이 드러날 경우 영업정지 등 제재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싱크홀 추락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21일 오전 지질조사업체 관계자들이 탐사기를 이용해 지하 구조를 조사하고 있다.

인도에 싱크홀이 생겨 행인이 추락하는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7월 24일 경기도 의정부 시내에서 가로 1m, 세로 1.5m, 깊이 2m의 싱크홀이 생겨 지나가던 안모(37)씨가 떨어져 다쳤다. 의정부시는 근처 아파트단지 정화조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반 침하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