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현 정부 들어 5번째 총리 후보다. 앞서 4명의 후보자 중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람은 정홍원 총리 한 명뿐이다. 김용준·안대희·문창극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개인 신상 논란으로 낙마했다. 이 후보자도 사석에서 언론 관련 발언 등으로 어렵게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이 때문에 16일 국회 인준 표결을 앞두고 인사청문 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는 정책은 뒷전인 채 주로 후보자의 신상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는 정쟁(政爭)형 청문회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상털기식에서 벗어나 직무 능력과 국정 철학을 검증하는 장으로 격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도빈 한국행정학회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이번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의 경우 야당은 신상털기에 집중한 측면이 있고, 여당 또한 후보 감싸기에 급급해 정책 질의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앞으로는 개인의 사생활 문제는 비공개로 검증하고, 정책 수행 능력 등에 대해서만 공개 검증하는 방향으로 인사청문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좋겠다"며 "청문회는 후보자의 공직 수행에 대한 '비전'을 듣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 운영의 기본은 공개의 원칙"이라며 "나중에 야당 의원들이 비공개 내용을 공개할 경우 오히려 정쟁을 조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보자 인준을 비밀투표로 하는데 청문회도 비공개로 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정책 청문회로 격상시키기 위해선 먼저 청와대의 사전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도빈 교수는 "청와대 인사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면 국회에서 신상털기도 줄어들 것"이라며 "정쟁을 막기 위해 인재 풀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도 "청와대 검증과 언론 검증을 통과한 사람만이 청문회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와대가 미국식으로 2~3개 기관을 통해 상호 경쟁 검증을 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통보하면 후보자를 둘러싼 불필요한 도덕성 논란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청문회 기간을 지금보다 늘려서 정책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사청문회 통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 기준과 조건, 강도가 달라지다 보니 어떤 후보는 병역, 논문, 부동산, 위장전입 등이 한꺼번에 터져도 표결까지 가고 어떤 사람은 한 가지만 걸려도 자진 사퇴한다"며 "정치적 맥락에 따라 유능한 인사도 못 쓰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공통의 검증 기준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사청문회에서 지켜진 유일한 기준은 '국회의원 불패(不敗)' 원칙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