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정유업계는 지난해부터 정유 관련 기업들의 '군살 빼기'에 나섰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유업체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는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이인삼각(二人三脚)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작년 8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에너지 공급 구조 고도화법'을 개정해 하루 395만배럴인 일본 내 석유 정제 능력을 2017년 3월까지 10% 이상 줄이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정유업체들은 정부 방침에 맞춰 3개월마다 석유 정제 능력 삭감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이는 작년 초 일본의 정유산업 생산 물량이 이미 2~3% 정도 공급 과잉 상태이며, 향후 5년간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난해 초 정부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조치였다. 일본에선 저출산과 고연비(高燃比) 승용차 보급으로 최근 10년간 휘발유 판매량이 20% 줄었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 정부가 업계에 대한 규제와 허리띠 조르기를 자제하고 자율적인 기업 간 M&A(인수·합병)와 세제(稅制) 지원 등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보고 있다. 작년 12월 말 일본의 2위 정유 기업인 이데미쓰 흥산은 5위 업체인 쇼와셸석유에 대한 인수·합병 추진 의사를 밝혔다. 올 1월에는 업계 3위인 코스모석유와 4위 히가시모에제너럴석유도 지바현에 있는 주력 정유소를 통합 운영하기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으로 관련 기업들의 진출을 독려하는 동시에 전력·가스 사업 등 새 성장 동력 분야에 대한 세제 지원도 약속했다. 이에 화답해 JX닛코일본석유에너지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유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에너지자원공학)는 "저유가 충격에 대응해 정부와 기업이 원활한 소통과 협조로 업계 구조 재편은 물론 새 먹거리 창출과 선점(先占)에 나서는 모습을 우리 정부와 기업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