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자에게 물려 숨진 사육사 김모(52)씨 유족은 "당시 CCTV를 확인해보니 (김씨가) 10여분 동안 사자에게 물린 채 끌려다녔다"고 13일 밝혔다.
유족은 이날 오전 서울 광진경찰서에 CCTV 공개를 요구, 사고 순간을 담은 영상을 열람했다. 한 유족은 "(김씨가) 사자에게 물린 채 방사장 내 여기저기로 끌려다니는 모습이 찍혔다"고 했다.
그는 "사자 두 마리가 공격해 10분 넘게 다리 등을 문 채 끌고다녔다"면서 "사자들이 옷을 찢어발기고 몸을 심하게 훼손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유족은 "(김씨가) 사자에게 물린 채 끌려다니는 동안 대공원 측에선 아무도 이를 몰랐고 사후 대처도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12일 동물에게 인형 등을 던져 행동 발달을 촉진하는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오후 2시 22분 뒷정리를 위해 사자 방사장에 혼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연히 방사장 뒤쪽 내실에 격리돼 있어야 할 암수 사자 두 마리가 방사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방사장과 내실을 연결하는 문 3개 중 1개가 열려 있었던 것이다.
위협을 느낀 김씨가 들고 있던 박스로 사자를 쫓아내며 탈출을 시도하는 순간 한 마리가 달려들었고, 곧 다른 한 마리도 쫓아와 공격했다. 이후 사자가 10분 넘게 김씨 다리 등을 문 채 끌고다녔다는 게 CCTV를 확인한 유족 얘기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 내팽개쳐진 김씨가 소방 점검차 방사장에 들른 한 직원에게 우연히 발견된 시각은 오후 2시 34분이었다.
이후 다른 사육사들이 사자를 내실로 몰아넣고 수의사가 119에 신고한 때는 김씨가 방사장에 들어간 지 27분 만인 오후 2시 49분이었다. 김씨는 결국 사고 발생 50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졌고, 끝내 숨졌다.
대공원은 13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는 사육사 김씨가 내실 문을 제대로 안 닫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공원 측은 "김씨가 사자 격리를 위해 내실 문 3개 중 2개를 열었다가 하나만 닫고 방사장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은 "대공원의 관리 부실과 늑장 대응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다. 소방 점검 직원이 아니었다면 (김씨는) 하루가 지나서 발견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아직 개인 과실로 결론짓지 않았다.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서울시가 2013년 11월 과천 서울대공원 시베리아 호랑이의 사육사 공격 이후에도 재발 방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어린이대공원은 맹수사 2인 1조 근무 매뉴얼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맹수사 CCTV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맹수 퇴치용 스프레이 같은 사육사 안전 장비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