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에서 사자에 물려 숨진 사육사 김모(52)씨가 사고 당시 20분 가까이 사자에 물린 채로 끌려다녔다는 유족 진술이 나왔다.
12∼13일 경찰에서 대공원 내 사자 방사장 CCTV를 확인한 유가족은 “(김씨가) 사자에 물린 채로 사자 방사장 내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자 두 마리가 공격하면서 20분 가까이 김씨의 다리 등을 문 채로 끌고다녔다”면서 “옷을 찢어 벗겼고, (김씨의 몸을) 심하게 훼손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20년 경력의 사육사 김씨는 인형 등으로 동물을 조련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뒷정리를 위해 이날 오후 2시22분 사자 방사장에 혼자 들어갔다.
이 때 평소대로라면 방사장과 격리된 내실에 들어가 있어야 할 사자 두 마리(10세 수컷, 6세 암컷)가 방사장에 나와있는 것을 확인했고, 위협을 느낀 김씨가 박스로 사자를 쫓아내면서 탈출을 시도했다. 순간 사자 한 마리가 김씨에게 달려들었고, 곧 다른 한 마리도 쫓아와 김씨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사자들이 20분 가까이 김씨의 다리 등을 문 채로 방사장 내에서 그를 끌고 다녔다는 것이 유족들 얘기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김씨는 점검차 사자 방사장에 들른 소방 점검사에게 뒤늦게 발견됐다. 대공원 측이 소방 점검사의 무전을 받고 신고한 시각은 김씨가 방사장에 들어간 지 27분만인 오후 2시 49분이었다.
유족은 “대공원 측에선 (김씨가) 사자에게 물린 채 20분 가까이 끌려다니는 동안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고,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소방 점검사가 아니었다면 김씨가 훨씬 더 늦게 발견됐을 정도로 CCTV 모니터링, 사육사 안전 수칙 등 전반적인 대공원 관리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13일 새벽 어린이대공원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가 빈소에 찾아오자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대공원 측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반드시 2인 1조로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어린이대공원은 규모가 작아 그런 규정이 없다”면서 “사육사들은 통상 작업에 들어가기 전 내실문이 잠겨있는 것을 확인하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 내실문이 어떤 경위로 열려있었는지는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대공원 책임자들을 불러 관리 의무 부실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