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복을 입은 나치 강제 수용소 수감자의 모습(왼쪽)과 이 죄수복을 연상시켜 논란이 된 벽 장식용 천(오른쪽).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동성애자들이 입었던 옷과 유사한 인테리어 소품이 출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대인차별반대단체 ADL은 미 의류 브랜드인 어번 아웃피터스가 판매하는 태피스트리(벽 장식용 직물)가 나치의 동성애자 탄압을 떠올리게 한다며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태피스트리는 죄수복을 연상케 하는 흰색 바탕 회색 줄무늬에 분홍색 삼각형 무늬가 찍혀 있다. 분홍색 삼각형이 뭘 의미하길래 유대인들이 반발하는 것일까?

나치는 수형자들의 왼쪽 가슴에 거꾸로 된 삼각형 모양 헝겊을 덧대 이들을 분류했는데, 빨간색은 정치범, 검은색은 반사회적 성향, 보라색은 여호와의 증인 교인, 파란색은 이민자, 분홍색은 동성애자였다. 나치는 동성애자를 극심하게 탄압했기 때문에 이 '핑크 트라이앵글(삼각형)'은 다른 색깔보다 2~3㎝ 더 컸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핑크 트라이앵글에 유대인을 뜻하는 노란색 삼각형이 겹쳐진 표식을 단 수형자들은 최하 대우를 받았다.

1970년대 초반 강제 수용소 생존자인 오스트리아인 하인츠 헤거가 '핑크 트라이앵글(pink triangle)을 단 사람들'이라는 회고록을 출판하면서 이 분홍색 삼각형은 나치 치하 동성애자가 겪은 수난을 상징하게 됐다. 1970년대 이후로는 동성애자 권리 옹호의 상징물이 됐는데 '과거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바로 세워진 분홍색 삼각형이 사용되기도 했다.

2차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까지 5만~6만명의 동성애자가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으며 이 중 60%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성애를 중죄로 처벌했던 나치 시절 법은 종전 후에도 독일에서 24년간 바뀌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2002년에야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