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12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을 직접 소개했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양형 이유를 적으면서 반성문의 상당 부분을 직접 인용한 건 드문 일이다.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은 최근 그가 재판부에 제출한 6건의 반성문 중 일부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반성문에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일 텐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도 정말 면목 없고 죄송합니다. 제가 지은 죄에 대하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사람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바래갈 텐데 어떤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했다.

또 “하루하루 그 날을 떠올리며 제가 그냥 아무 말 않았더라면, 화를 다스릴 수 있었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가, 때로는 승무원이나 박창진 사무장님이 제 화를 풀어줬더라면 하고 어이없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적반하장의 생각을 할 때면, 이 후회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처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인지 제 스스로도 잘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라고 적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어 “그날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또는 박창진 사무장님이 언론에 가서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저는 가정과 회사를 이렇게 놓아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 1개월, 1년 뒤, 설사 운이 좋았다 하더라도 10년 뒤에는 아마 이 곳에 있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한 구치소 생활도 반성문에서 소개했다. “제가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면 과연 낯선 이로부터 대가없는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었을까, 도움의 손길을 그렇게 고맙게 여겨볼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12월) 30일 밤 구치소에 입소하였을 때 제게 주어진 것은 작은 박스에 담긴 두루마리 휴지, 플라스틱 수저, 그릇, 비누, 칫솔, 치약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의와 속옷, 양말 두 켤레가 제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구치소 동료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필요한 생필품을 사는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다가 연초가 끼어 공급자 변경문제로 물품을 구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주위 분들은 스킨과 로션을 빌려주고, 샴푸와 린스도 빌려주고 과자도 선뜻 내어 주었습니다. 고마웠던 것은 제게 이 사건에 대하여 아무 것도 묻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면서 구치소의 ‘특식’도 소개했다. “식사시간이면 4인분의 밥과 국, 찬이 들어오고 저희 방의 입소자들은 이것을 양껏 나누어 먹습니다. 메뉴에 익숙해진 탓인지 저희끼리는 가끔 나름대로의 특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과자인 ‘인디언 밥’에 우유를 먹는 간단한 아침부터, 주먹밥이나 비빔면 등 제법 공을 들인 메뉴까지. 이런 것을 먹을 때면 그 때의 대화거리가 되고 현재를 잊어보는 작은 기회가 됩니다.”

‘양념 고추장’을 만들어 먹은 얘기도 전했다. “이번 주말에 여러 가지 근심으로 제 말수가 적어지니 저보다 12살이 많은 입소자 언니는 특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고추장에 이것저것 한정된 재료를 넣어 섞으니 훌륭한 양념 고추장이 탄생했는데, 한 끼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넘어갈 맛이라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최고의 찬사는 다 나왔던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으로의 복귀를 포기한 듯한 내용도 적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한 번의 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가진 어떤 인간적 부분과도 관련되어 있고, 언론이 저를 미워하므로 제가 대한항공과 더 이상 같은 길을 걸어 갈 수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 잘못을 알고, 피해자들에게 정말로 미안합니다. 저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들, 상처들이 가급적 빨리 낫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이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 큰 교훈을 준 ‘평생의 스승‘으로 여기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