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는데 합의한 것은 문재인 신임 대표 취임 직후부터 국정 발목잡기 비판을 받기 부담스러운데다 충청권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파국을 피하고 여론 추이를 보면서 결정하자는 취지에서 오늘 의사일정을 16일로 순연했다"며 "그 이후 안건과 본회의 참여 여부는 16일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일각에선 '16일 본회의 때 야당이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데까지 합의했다'는 말이 나왔지만, 새정치연합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안 수석부대표는 오전 의총에서 결의한 이 후보자에 대한 사퇴촉구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 또한 "본회의가 16일 본회의로 연기된 걸로 보면 된다"며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당의 판단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서 원내대변인은 "그 사이에 국민 생각이 어떤지, 문제 제기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보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아직도 이 후보자를 부적합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끝까지 반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자가 충청권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표의 '호남총리론' 발언에 이어 이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야당에 대한 충청권의 민심이 떠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충청권 의원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전후해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낙마까지 갈 경우 야당으로서는 다음 총선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생기는 게 사실"이라며 "지도부도 그런 점에 대한 고심이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이 본회의 개최 연기를 제안하며 일단 여당과 접점을 찾고 좀 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0% 이상이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격하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강경 기류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속단하기 힘들다. 11일 밤 새정치연합은 지도부 회의에서 본회의 불참 방침을 결정한데 이어 12일 의총에서는 아예 이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당론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의총 이후 안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의 단독 처리가 현실화될 경우 국회 보이콧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특위가 12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여당 단독으로 채택한 직후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었다. 진성준 의원은 한 위원장에게 "합의가 안됐다는데 일방적으로 진행하느냐"고 소리쳤고, 홍종학 의원은 "독재로 돌아가느냐, 독재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무총리 임명자리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물리력 행사까지는 하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에따르면 폭력을 행사해 회의를 방해할 경우 최대 7년이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있다.

향후 야당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문 대표 입장에서는 일단 이날 야당의 본회의 불참과 연기로 운신의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많다. 새정치연합 한 중진 의원은 "총선과 대선 승리가 최종 목표인 문 대표로서는 충청권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어쨌든 오늘은 이 후보자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전당대회를 전후해 "국민 통합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입장에서 취임하자마자 끝까지 국회 운영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회와 별도로 당내 운영 체계부터 새롭게 구축해야하는 입장에서 동력이 일부 상실될 우려도 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일단 오늘 밤부터 당내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앞으로 대응 방침을 정해야할 거 같다"며 "지도부에 강경파 인사가 많이 포진해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