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우리은행 부장

올해도 전세(傳貰)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 가격 상승은 은행 예금 저금리에 따라 임대인이 월세를 선호하고, 주택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구매 수요층이 주택 구매보다는 전세로 몰리고, 또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 상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면서 조기 재건축에 따른 전세 수요가 더해지면서 수요 대비 전세 물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가 고공 행진을 한다고 집주인이 좋아하기만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전세라는 거래는 임차인이 집을 보유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임대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전세금을 올리면 올릴수록 더 큰 위험을 임대인이 떠안는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전세가 폭등의 과실을 누리는 듯싶지만 자칫 급작스러운 외부 충격으로 전셋값이 폭락할 경우 집주인들이 받을 충격과 거래 실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외부 충격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우리나라 인구 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금까지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하여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두었고, 이제는 기준 금리의 인상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다. 인상 시기는 앞으로 2년 내지 3년 이내가 될 것이며, 인상 폭도 2~3%포인트가 될 것으로 미국 투자금융 회사 골드만삭스가 작년 말 예측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은 연쇄적으로 우리나라 시중금리 상승을 초래한다. 또 우리나라 인구 구조를 볼 때 730만여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약 5년 전부터 한 해 80만명 정도씩 소득이 단절된 사회적 은퇴를 하고 있다. 반면 저출산으로 그 기간 베이비부머의 빈자리를 채우는 인원은 연 40여만 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베이비부머는 대개 은행권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한 하우스푸어여서 은퇴에 따른 소득 절벽과 세계적 금리 인상 흐름이 가시화될 경우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다가 대거 주택 매각에 나서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전세 가격 폭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050조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가 경제에 뇌관으로 다가선 지금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전세 가격이 폭락할 경우 초래될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임대인들도 과도한 전세가 인상은 삼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