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을 통해 접촉한 한 휴대폰 판매업자는 불법보조금을 의미하는 ‘내방특가’와 액수를 의미하는 ‘개’ 등의 은어를 사용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지하상가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 기자가 애플 아이폰 최신 모델의 가격을 물었다.

직원: "원가 92만4000원인데 42요금제로 하고 통신사 옮기면 공시 지원금 16만8000원에 추가 지원금 15% 최대로 때려서 2만5200원 빠지겠네요."(통신사를 바꿔 월 요금 4만2000원짜리로 가입하면 정부가 허용하는 통신사 지원금 16만8000원에다 그 금액의 최고 15%까지 줄 수 있는 대리점 지원금 2만5200원까지 추가 할인받아서 총 19만3200원 할인해 줄 수 있다.)

기자: "더 싸게 되는 걸로 알고 왔는데…."

직원: "까놓고 말하세요. '표인봉' 몇 개까지 알아보고 왔어요?"('페이백'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왔나?) ※페이백은 휴대폰을 정가로 판 뒤 나중에 일부 금액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 불법이기 때문에 페이백과 초성(初聲)이 같은 개그맨 이름을 은어로 사용한 것임.

기자: "26개요."(26만원.)

직원: "42요금제는 22개가 최대인데 6개월만 69요금제 쓰시면 5개 더 얹어 드릴게!"(월 4만2000원 요금제는 22만원까지 돌려주는데 6개월만 월 6만9000원 요금제 쓰면 5만원 더 깎아주겠다.)

불법적인 휴대폰 보조금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며 법이 정한 지원금 외 추가적인 보조금은 모두 금지됐다. 하지만 휴대폰 대리점들은 각종 편법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법을 비웃고 있다. 법 시행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표인봉'과 같은 은어(隱語)를 동원한 꼼수로 단속의 눈길을 피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휴대폰을 팔 때 정가를 받은 뒤 나중에 대리점에서 대금 일부를 돌려주는 페이백은 가장 대표적인 불법 방식이다. 통신사가 각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그 재원이다. 리베이트는 합법이지만 페이백은 불법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휴대폰 대리점 직원은 "고객이 줄어 성과급이 줄어드는 것보다 리베이트를 고객한테 뿌리고 가입자를 늘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소매점은 단속에 걸려봤자 벌금이 최대 1000만원이라 손님이 늘었을 때 버는 돈을 생각하면 페이백 안 하는 게 바보"라고 했다.

한술 더 뜨는 꼼수들도 많다. 지난달 휴대폰을 산 주부 박모(48)씨는 휴대폰을 사면서 '매장 영업직원'이 되는 계약서를 썼다. '영업자 지원금' 명목으로 20만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영업사원으로 이름만 걸어놔도 지원금이 나온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대학생 임모(25)씨는 지난 연말 '폐휴대폰 지급 계약서'를 작성하고 25만원 할인된 가격으로 휴대폰을 샀다. 폐휴대폰을 반납해야 받는 혜택이지만, 그냥 서류만 작성해 할인을 받은 것이다. 그 밖에도 정가에 휴대폰을 할부 개통한 뒤 몇 달 뒤 슬그머니 원금을 낮춰주는 '전산 수납', 휴대폰을 사는 고객에게 대리점이 가격 일부를 현금으로 보태주는 '현금 완납'도 있다.

불법 보조금 정보는 그걸 경험해본 고객들이나 일부 대리점 직원들이 중고폰 거래 사이트·카페·블로그 등을 통해 퍼트린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은어들이다. '전산 수납'은 초성만 사용한 'ㅈㅅㅅㄴ' '현금 완납'은 '현아'로 통한다. 가장 대표적인 수법인 '페이백'에 대한 은어 '표인봉'을 중고폰 거래 사이트에서 검색했더니 게시글이 3200개 넘게 떴다. 연예인 표인봉 관련 글은 그중 10개가 채 되지 않았다.

불법을 단속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4개월여간 방통위가 벌금을 물린 대리점은 전국적으로 30여곳, 벌금 액수도 각 100만~150만원 수준이었다. 이 관계자는 "3만~4만여개 대리점을 직원 10여명이 일일이 단속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리점을 관리하는 이동통신사들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이동통신사의 대리점 관리자는 "(불법 보조금은) 가입자 수도 늘리고 타사 고객도 뺏어오는 건데 단속에만 안 걸리면 본사 입장에서야 대리점들을 말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동통신사(이통사)들의 휴대전화 보조금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2014년 10월 1일 시행됐다. 법이 정한 것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이통사와 대리점이 처벌받는다. 이통사들이 지원금으로 지출하던 돈을 줄여 통신요금 인하나 연구·개발(R&D)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통신요금은 변함없고 보조금만 줄어 휴대폰 값이 오르자, 줄어든 소비자를 끌기 위한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