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영웅들|그레고리 나지 지음|우진하 옮김|시그마북스|1084쪽|4만5000원
영웅도 죽는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에서 영웅 아킬레스는 말한다. "싸움을 계속한다면 살아서 고향에 돌아갈 순 없겠지만, 불멸의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영웅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그리스어 클레오스(kleos·영광)와 호라(hora·시간), 영광과 함께 죽음의 시간도 반드시 찾아온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비교문학 교수인 저자는 '일리아드'를 비롯, 헤로도토스의 '역사',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등 기원전 8~4세기에 걸친 기록을 종횡무진 훑으며 영웅의 '필멸성'을 얘기한다. 죽어야만 비로소 노래와 전설 속에서 영생을 누리게 된다는 역설. 소크라테스도 죽는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빚진 닭 한 마리를 갚아달라"고 말하곤 숨을 거둔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 저자는 "닭은 (부활을 위해) 그에게 바치는 재물"이라고 설명한다. 소크라테스는 여전히 그의 말[言]과 함께 살아 숨쉰다.
문장에 중언부언과 번역투가 많아 영웅적 집중력이 필요한 게 아킬레스건이지만, 고대 그리스의 전방위적 학습서로는 괜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