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3시쯤 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2명이 서울대 학생회관 6층 '통합진보당 서울대 학생위원회' 방문을 두드렸다. 문 위에는 통합진보당 명패와 이석기 전 의원의 징역형을 규탄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학생들이 나오자 선관위 직원은 "통진당이 해산됐기 때문에 정당법에 따라 이제는 통합진보당 이름은 쓰지 못하니 현판을 가리거나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한 학생이 통진당 현판 위에 테이프로 잡지를 붙여 가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재학생 이모(20·수학과 2년)씨는 "해산된 정당의 학생위원회가 저렇게 대놓고 자리 잡아 방을 쓰는 것이 어이없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이 내려졌지만, 통합진보당 대학생 당원들로 구성된 '학생위원회'라는 조직은 대학 내에서 버젓이 통진당 간판을 내걸고 시설을 점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진당 학생위원회는 2011년 '반값 등록금' 이슈가 한창일 때 전국 61개 대학 1만여 학생 당원을 확보하며 맹위(猛威)를 떨쳤지만, 통진당 부정 경선 사태와 종북 논란이 불거진 2012년 대선 이후 당원 수가 4분의 1토막 났고 당이 해산되면서 공식적으론 해체됐다.
하지만 서울대와 전북대에선 통진당 학생위원회가 방을 빼지 않아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대 통진당 학생위는 현재 10여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작년 4월 소속을 밝히지 않고 '4·19에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모이자'는 선전물을 학내 곳곳에 붙여 총학생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 12월 정당 해산이 결정되자 서울대 내부 게시판에는 '통진당은 학생회관에서 나가라'는 글이 올라왔고 300명이 넘는 학생이 해당 글을 추천하기도 했다.
투표율 미달로 구성이 미뤄진 총학생회를 대신해 학생회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단과대 학생회장단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생회장 직무를 대행하는 하진우(23·동양사학과 4년)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통진당 사무실 퇴거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안건으로 올라오면 논의해 처리할 것이지만 전례가 없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전북대 통진당 학생위원회도 아직 학생회관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 당원 5명이 속한 이 조직은 학생 자치 기구나 동아리로 등록도 안 돼 있어 동아리방을 무단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전북대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등은 최근 만장일치로 퇴거를 요구했지만 통진당 학생 당원들은 "이름을 바꿔서라도 계속 방을 지키겠다"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