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런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지급준비율을 깜짝 인하했다. 사진은 저우샤오촨 런민은행 총재

중국 중앙은행이 5일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하하는 등 전세계 중앙은행의 ‘깜짝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

CNBC는 4일(현지시각)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 전문가의 예상을 깬 정책결정이 이어지면서 다음에는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인도·이집트·페루·덴마크·캐나다·러시아 중앙은행이 줄줄이 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스위스도 최저환율제 폐지를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싱가포르도 지난달 28일 자국 통화의 절상 속도를 늦추기 위해 예정에 없던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런민은행은 5일 갑작스럽게 지준율을 5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의 지준율은 19.5%가 됐다. 중국 지준율 인하는 지난 2012년 5월 이후 21개월 만으로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지준율은 은행이 총 예금 중 예금자의 인출 요청에 대비해 현금으로 보유하는 준비금 비율을 뜻한다

롭 서바라만 노무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지준율 인하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성장률 저하와 함께 수출 감소 등에 대한 우려가 중앙은행에 강한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의 이러한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PMI는 2년여만에 경기 확장과 위축의 경계선인 50을 밑돌았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중앙은행이 시기를 봐가며 통화 완화 정책 규모에 맞춰 긴박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태국·한국·중국·인도 중앙은행···올 3~4월 금리 인하 예상

중국에 이어 한국은행이 오는 4~7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

다음으로 깜짝 움직임을 보일 중앙은행으로 태국·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가 꼽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의 수출 감소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 중 올해 가장 먼저 무역수지를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우 1월 수출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0.4% 감소했다고 서바라반은 덧붙였다.

① 태국
태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09년 이후 첫 하락세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CPI 하락세에 태국중앙은행(BOT)이 조만간 정책금리 완화 등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OT는 오는 3월 11일 회의를 열어 금리 조정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서바라반은 "태국은 유가하락으로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0.41% 하락하며 싱가포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② 중국
중국은 연내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올해 안에 지준율을 50bp 추가 인하할 것"이라며 "특히 2분기에 25bp 이자율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한동안 부실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③ 한국
한국은 오는 4~7월 사이에 25bp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 인하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바라반은 "한국은 담뱃값 인상이라는 요인을 제외하고는 디플레이션에 매우 근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④ 인도·인도네시아
인도의 경우 오는 4월쯤 기준금리를 25bp 이상 인하할 것으로 전망됐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내년 1분기 안으로 50bp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금리인하는 연내로 빨라질 수 있다고 서바라반은 덧붙였다.

⑤ 싱가포르
자국 달러 가치 절상을 늦추고 있는 싱가포르는 오는 4월쯤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20~30% 있다고 전망됐다.

◆금리 인하 전쟁 속 금리 인상도 고민해봐야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경기침체도 중앙은행이 신중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방해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하고 있다.

타이무르 바이그 도이치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중앙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스위스중앙은행(SNB)이 갑작스런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무력하게 가만 있지는 못할 것”이라며 “인도나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그랬듯 뜻밖의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80년대 초~90년대 중반 지속된 금리인상이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초래하면서 달러에 대한 통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이는 많은 국가와 기업의 부채 능력과 경제지표 왜곡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바이그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와는 반대로 가는 현재 움직임에서 정책 결정자들은 잇단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낮은 물가와 수출 감소, 내수 부진 등은 ‘금리인하’와 같은 직접적인 결정을 내리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단기간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 가치를 낮추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이 풀리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