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세곡2지구(보금자리 주택) 주민 자녀들의 중학교 배정을 둘러싸고 이웃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4일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중학교 신입생 학교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세곡2지구 인근의 일원본동 학부모 30여명이 시교육청에 찾아와 "보금자리 주택인 D아파트 주민 자녀들이 대왕중학교에 배정된 것은 분양 당시 약속과 다르다"며 배정 취소를 요구했다. 보금자리 주택은 개발제한구역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 서민 주택이다.

대왕중은 원래 일원본동 주민 자녀들이 많이 진학하는 곳으로, 학력 수준이 높아 인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다. 올해 세곡2지구 보금자리 주택에 사는 중학교 신입생 19명이 이 학교에 배정됐다.

그러자 일원본동 주민 일부가 "보금자리 주택 분양 당시 'D아파트 입주민 자녀는 수서중에 배정될 것'이라고 공시됐다"면서 "당초 약속대로 D아파트 아이들을 수서중으로 보내라"고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D아파트를 분양할 때 이 아파트 학생들을 수서중에 배정하는 것으로 학생 수용 계획을 짠 것은 맞지만, 이는 당시 대왕중 수용 인원이 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올해 대왕중 졸업생보다 입학생이 130여명이나 적은 상황이어서, 세곡2지구에서 가까운 학교로 배정해 달라는 D아파트 주민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D아파트에서 대왕중까지 도보 거리는 1.48㎞로, 수서중까지 걸어가는 것(2.23km)보다 가깝다. 직선거리로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날 항의 집회를 벌인 학부모들은 "D아파트 학생들이 대왕중에 올 수 있게 되면 우리 동네 아이들이 대왕중에 배정될 확률이 줄고, 학급당 학생 수는 늘어 교육 여건이 악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급당 학생 수가 지난해 38명에서 올해 31.25명으로 줄어 D아파트 학생들이 온다고 교육 여건이 나빠지는 건 아니다"며 "초등학교 갓 졸업한 아이들을 가까운 학교 대신 먼 곳까지 걸어다니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학부모들이 표면적으로는 '학생 수가 늘어나 교육 여건이 악화된다'고 주장하는데, 실은 보금자리 주택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다니면 학교 평판이 안 좋아지고 집값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배정 취소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 명문 학교들은 사회 통합과 인성 교육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빈곤층 흑인 학생들까지도 데려다 교육시키는데, 이는 약자를 돕는다는 의미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면서 다양성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학부모들도 근시안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