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교를 나온 A(28)씨는 지난해 여름 모 대기업 계열사 입사 전형 때 가짜 고교 생활기록부를 제출해 합격했다. 인문계 고교를 나온 다른 사람의 생활기록부에서 이름과 사진만 바꾼 것이었지만, 회사는 감쪽같이 속았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A씨 등에게 1장당 30만~50만원을 받고 생활기록부·가족관계증명서·병적증명서·재직증명서·납세증명서·성적증명서 등 각종 공·사문서 총 93장을 위조한 혐의로 이모(28)씨를 구속하고, 이씨에게 문서위조를 의뢰한 A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에게 대포 통장을 제공한 고교생 S모(17)군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밀항' '3국 신분 작업' '위조 방지코드 완벽 일치' 등의 광고를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해온 사람들에게 가짜 공문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 냄새를 풍기는 광고와 달리 이씨는 특별한 기술 없이 그저 공문서를 스캔한 후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의뢰자의 이름을 넣는 초보적인 방법으로 가짜 문서를 만들었다.
이씨가 지난해 1월부터 1년 동안 문서 위조로 번 돈은 2500만원가량. 그는 경찰에서 "2012년부터 약 2년간 인재 파견 업체를 운영하다 폐업해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돼 문서위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넷이나 대포폰으로 주문을 받은 뒤 대포 통장으로 수수료를 챙겼다. 위조된 문서는 퀵서비스에 배달시키거나 길거리에서 몰래 전해주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의뢰자 대부분은 취업이나 대출 등을 목적으로 문서위조를 의뢰했지만, 부모에게 보여줄 성적증명서를 위조한 대학생이나 초졸 콤플렉스에 시달리다 가짜 고교 졸업장을 의뢰한 주부도 있었다. 이씨 자신도 예비군 훈련을 연기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진단서를 위조해 예비군 훈련 담당자에게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