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해외 축구팀 중 대표적인 곳이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활약했던 'PSV 에인트호번'이다. 유럽의 이 축구 명가는 사실 '필립스'라는 기업의 사내 축구 클럽에서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에인트호번에 둥지를 튼 필립스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PSV 에인트호번 역시 명문 구단으로 함께 성장했다.
필립스와 함께 성장한 것은 비단 PSV 에인트호번만이 아니다. 필립스는 지역 소재 에인트호번 공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관계를 통해 기업 중심 산·학 단지인 '하이테크 캠퍼스'를 운영함으로써 지식 융합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교육기관이 배출한 인력이 첨단 산업으로 유입되고 여기서 개발된 기술이 다시 비즈니스로 이어져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기업과 대학이 긴밀한 상생 발전을 이룩한 또 다른 사례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산·학 협력의 성공 신화가 일어나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입학 자원의 급감, 지역 내 양질 일자리 부족에 따른 취업률 저하 등으로 총체적 어려움에 빠져 있는 지역 소재 대학에는 더욱 절실하다.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대학 차원에서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R&D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산업 기반이 취약한 광주·전남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았다.
때마침 들려온 공공 기관의 지방 이전 소식은 호남 지역 대학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특히 대기업 본사가 전무했던 이 지역에 한국전력 본사가 들어선 것은 실로 획기적 사건이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한전은 지난 1월 21일 관련 지자체와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협약(MOU)을 맺고, R&D 협력 및 인력 육성을 위한 6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연구·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이 선순환하며 공존하는 지역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던 '협력적 생태계'가 아니겠는가?
이제는 에인트호번이나 실리콘밸리와 같은 기업 도시의 성공 사례를 넘어서 광주·전남 지역을 협력적 산·학 생태계에 기반한 에너지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성장시키기 위해 호남의 대학들이 중지를 모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