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무위원들에게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갖기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던 중, 올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릴 미국 프로골프 투어 단체 대항전인 '2015 프레지던츠컵'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골프가 침체돼 있다' '활성화를 위해 좀더 힘써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며 "골프 활성화에 대해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문화체육부에서 큰 대회도 앞두고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이런 것이 대회를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작년 11월 청와대를 찾아온 프레지던츠컵 관계자들로부터 올 10월 열리는 이 대회의 명예 의장직을 수락한 상태다. 프레지던츠컵은 12명의 미국 선수와 12명의 비유럽권 선수가 대항전을 벌이는 골프대회로, 미국팀과 유럽팀이 겨루는 라이더컵과 함께 세계 2대 골프 대항전이다. 그동안 이 대회의 명예 의장은 주로 개최국의 국가 원수가 관례적으로 맡아왔었다.
박 대통령의 평소 골프 실력에 관심이 쏠리지만, 박 대통령은 실제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선친(先親)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1968년 "골프를 하면서 시야를 넓히라"는 의미에서 대법관 전원에게 골프채를 선물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이나 그 뒤로도 골프를 따로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 박 대통령의 프레지던츠컵 명예 의장직 수락에 이어, 이날 '골프 활성화' 발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고위 공직자들의 골프 해금(解禁) 문제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취임 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공직자의 골프를 금지하거나 자제를 주문한 적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어져 온 골프 금지 분위기가 풀린 것도 아닌 상태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였다. 2013년 3월초 북한의 '정전(停戰)협정 무효화' 선언 등 대남 위협으로 인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군 장성들이 주말에 골프를 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게 그 계기였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경고했다. 다른 장관들에겐 자신의 공약 이행을 당부한 반면, 국방장관에게는 이 이야기만 했던 것이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나서서 당시 논란이 된 군 장성들의 골프 라운딩에 대한 진상파악에 들어가기도 했다. 비록 박 대통령이 골프 자체를 금지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공직 사회에서 골프는 자연스럽게 금지 사항으로 간주됐다.
2013년 6월 초 국무회의 땐 친박(親朴)계 중진인 이경재 당시 방통위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골프 허용을 건의하면서 "그렇게 되면 골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캐디의 일감도 늘어나고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으나, 정작 박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시 "박 대통령이 침묵을 통해 사실상 부정적 의견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었다.
여름 휴가철에는 완화 기미도 있었다. 2013년 7월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휴가에 한해 자비(自費)로 (골프) 치는 것은 좋다"고 말한 게 계기였다. 다만 '문제될 사람과 쳐서는 안된다', '필드보다는 가급적 스크린 골프를 이용하라'라는 제한적 허용이었다.
하지만 다시 그해 9월 박 대통령과 여권의 한 인사가 골프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다시 골프 자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접대 골프가 아니면 청와대 수석들에게 (골프 치는 걸) 허용하는 게 어떨까요?" (여권 인사)
"제가 골프를 치라 말라 한 적이 없는데요."(박 대통령)
이 말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 인사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박 대통령이 골프 치도록 해주려나 보다'는 생각을 했으나, 바로 이어진 박 대통령의 말에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한다. "그런데, 수석님들이 골프 할 시간이 있을까요?"
그 뒤론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골프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골프를 치면 안되는 분위기는 이어졌다. 이 때문에 작년 여름 휴가철에도 "청와대에서 골프를 금지하진 않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선뜻 나가기도 좀 꺼림직하고…"라면서 고민한 고위 공직자가 상당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3일 청와대 국무위원 티타임에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정부에서 마치 골프 못 치게 하는 것처럼 돼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건 아닌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아예 문체부 장관부터 치기 시작하시죠"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 것 솔선수범하라고 하면 기쁘세요?"라고 농담을 해 폭소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