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지원자가 없어서 누구든 한다고만 하면 '감사합니다' 하며 모셔왔어요. 하지만 요즘은 말도 못하게 경쟁이 치열해요."
지난 1월 19일 서울고법은 2015년부터 2년간 서울고법 관내에서 일할 새 국선전담변호사를 선발하기 위해 면접 평가를 진행했다. 변호사 31명을 뽑는데 모두 305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9.84대1에 달한다.
국선변호사는 법원이 관할 지역 변호사 중 무작위로 지정해 형사 사건을 맡기는 '일반 국선변호사'와 법원이 선발해 이런 사건만을 전담하게 한 '국선전담변호사'로 나뉜다. 과거에는 일반 국선변호사만 활동했지만, 2006년부터 정식으로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됐다.
도입 초기인 2007~2008년만 하더라도 경쟁률은 2대1, 3대1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부터 경쟁률은 8대1, 9대1로 치솟기 시작했다. 서울고법의 경우 최근 2~3년간 꾸준히 10대1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국선전담변호사 지원율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로 '변호사 업계 불황'을 꼽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 이후, 로펌에 취업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또 개인 사무실을 차리더라도 직원 월급은커녕 소속 변호사회 회비도 내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반면 국선전담변호사는 처음 채용됐을 때 월급이 600만원이고, 경력이 쌓인 뒤에는 월급이 800만원으로 오른다. 사무실 운영 비용을 부담하고 나면 월급이 다소 줄어들긴 하지만, 안정적 수입과 월 20~30건의 형사 사건을 꾸준히 수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법원도 '곤란'을 겪었다. 한껏 예민해진 지원자들이 "재판부와 각을 세운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무조건 탈락한다"며 '의혹'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관리하는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들이 일종의 '전관예우'를 받아 국선전담변호사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는 법원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울고법은 올해 면접 전형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법관 16명과 변호사 8명 등 모두 24명이 면접을 진행했는데, 이번엔 법관 16명과 서울변호사회가 추천한 변호사 8명, 외부 인사 8명 등 모두 32명을 8개조로 나눠 면접위원단을 구성했다. 또 지난해에는 지원자가 면접을 1차례만 보면 됐지만, 이번엔 '오픈 면접'과 '블라인드 면접' 등 2차례 평가를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