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김희범〈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30일 대변인실을 통해 "제 개인적인 역량 부족으로 인해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체육국장·과장 경질, 유진룡 전 장관 면직, 실·국장 무더기 교체,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 등 일련의 인사 난맥이 벌어진 이후라 이날 문체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문체부 안팎에선 김 차관의 사직 이유로 업무 위축, 장관과의 갈등, 아시아문화전당 문제 등을 든다.

문체부 내 상대적 위축

우선 1차관 업무가 위축되면서 김희범 차관이 소외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김 차관의 사의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문체부 내 조직 개편으로 체육·관광·종무 분야가 1차관에서 2차관 관할로 넘어갔다. '실세 차관'이란 말을 듣는 김종 제2차관의 비중이 확대됐던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김희범 차관은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과의 갈등

김희범 차관은 국정홍보처 출신 공보 전문가답게 외부 접촉을 자신이 주도하려는 과정에서 종종 장관보다 앞서 나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김종덕 장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김 차관은 평소엔 조용한 성품이지만 회의 석상에서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불쑥 꺼내는 등 가끔 돌출 행동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아시아문화전당 관련 질책

직접적인 사의 촉발 요인은 광주광역시 아시아문화전당 관련 법안에 대한 질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 개관 예정인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해 지난달 국회 법안소위에서는 정부 안(법인 운영)과 야당 안(정부조직 운영)의 절충안이 마련됐는데, 복수의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 김종덕 장관이 국회에 출석했던 김희범 차관에게 '왜 그렇게 많이 양보를 해줬느냐'는 질책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대통령 업무 보고 하루 전인 지난 21일 언론 설명회를 주도한 뒤 업무 보고 당일인 22일 사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