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러시아를 추가 제재하는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친(親)러시아 반군이 무차별 포격을 가해 민간인 포함 최소 30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 러시아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EU는 현재 진행 중인 대(對)러시아 제재안을 6개월 연장하고, 대상을 일부 확대하는 것에 합의했을 뿐, 새로운 제재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새 정부가 출범한 그리스의 반대가 합의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보도했다.

긴축 정책을 둘러싸고 EU와 대립하는 그리스의 니코스 코트지아스 외무장관은 "EU와 러시아의 대립을 막겠다"며 사실상 러시아 편에 섰다. 같은 날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요청이 있으면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며 화답했다. EU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위기에 빠진 러시아와 그리스가 손을 맞잡은 셈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신임 총리는 지난해 5월 이미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등 그리스 새 정부와 러시아의 관계는 돈독하다.

하지만 그리스가 지속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리스가 EU와의 빚 탕감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러시아 제재 동참'이라는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